한인과 호주 사람들을 잇는 다리 'PLO'

한인과 호주 사람들을 잇는 다리 'PLO'

2019.11.23. 오후 7:1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호주는 1970년대부터 다문화주의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습니다.

각 나라의 정체성을 인정하며 사회 통합을 추구하는 호주의 모습,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호주의 브리즈번의 한 경찰서.

배정훈 씨는 지난 4월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등 뒤에 PLO라는 글자가 선명한데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배 씨가 경찰서에서 맡는 업무입니다.

[배정훈 / 한국인 최초 'PLO' : 저희는 일반 경찰관과 다르게 수사하거나 사람을 체포하지는 않고요. 단지 문화적이나 언어적으로 다른 문화권에서 오시는 분들께 도움을 주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PLO는 1990년대 경찰서와 원주민들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데요.

한국 이민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제도 시행 30년 만에 처음으로 한인 PLO를 채용한 겁니다.

[짐 벨로스 경사 / 어퍼 마운틴 그라밧 경찰서 : 제가 알기로 여기엔 15,000명에서 2만명 정도의 한인이 살고 있고 학생도 많은데 경찰서에는 막상 한인이 한 명도 없었던 걸 깨달았죠. 배정훈 씨의 역할은 경찰서와 지역 동포 사회를 연결시켜주는 겁니다.]

호주 퀸즈랜드 남부 지역에는 약 220개에 달하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지역 사회가 존재하는데, 배정훈 씨는 한인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애로사항을 경찰서에 전달하기도 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땐 같이 현장에 출동해서 소통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김세운 / 한인 동포 : 배정훈 씨가 계시면 웬만한 상담을 할 수 있고 그 부분에서 도움도 많이 되고 이제 호주 법이나 그런 걸 많이 모르지만 법을 많이 아시는 분이 도와주시면 훨씬 더 쉽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 씨가 근무하는 경찰서에는 중국인, 베트남인을 포함해 열여섯 명의 PLO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호주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죠.

[배정훈 / 한국인 최초 'PLO' : 호주 사회는 아무래도 다문화 사회이고요. 또 호주 국민도 그 부분에 어느 정도 자존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배척하지 않는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노력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호주 사회의 노력에 우리 동포들도 발맞춰 나가고 있습니다.

주 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운영되는 '한국 전래동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4년 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세 살에서 다섯 살 사이의 호주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되고 있는데요.

매번 40여 명씩 참석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줄리엣 베이트스 / 학부모 : 너무 좋았어요.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 춤도 추고 공예도 배우고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다른 언어로 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아니면 이런 언어에 노출될 만한 일이 없잖아요.]

한복 체험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시간.

평소 입어보지 못한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사진찍기 삼매경에 빠져듭니다

[매건 테일러 / 유치원 교사 : 제 생각에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다문화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다른 나라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가족들과 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죠.]

호주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이민자로 이뤄진 다문화 국가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다양성 속에 조화를 찾아가는 것.

이민자들을 '그들'이 아닌 '우리'로 받아들이는 호주의 모습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