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에서 한국 만나요…한국계 프랑스-스위스인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

소설 속에서 한국 만나요…한국계 프랑스-스위스인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

2019.05.19. 오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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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 수아 뒤사팽 / 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엘리자 수아 뒤사팽입니다. '속초에서의 겨울'과 '파친코 구슬'의 작가입니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
- 1992년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 2014년 베른예술대학 스위스 문학 학사
- 2016년 첫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 발표
- 2018년 소설 '파친코 구슬' 발표
- 스위스 로베르트 발저 상 프랑스 문필가협회 신인상

1. 처음 발표한 소설은 '속초에서의 겨울' 유럽과 한국 사이에 선 나를 비추는 거울
'경계'나 '선'은 제게 중요한 주제예요.

그래서 소설의 배경으로 어떤 장소가 좋을까 고민했는데, 몇 년 전에 부모님과 속초 여행을 했던 게 생각났어요.

다른 도시가 아닌 속초로 결정한 건, 남한과 북한의 경계가 소설 속에서 중요한 은유로 작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제 첫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은 속초에서 태어난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예요.

그녀의 아빠는 프랑스 사람인데 한 번도 서로 만난 적은 없어요.

소설을 쓰면서 주인공을 저라고 상상하면서 쓰진 않았어요. 하지만 주인공은 제 개인사에 영향을 많이 받았죠.

인물뿐 아니라 이야기 전체가 제 문화적인 배경과 정체성에 영향을 받았어요.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보이는 '거울'같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소설 속 주인공은 한국에서 태어났고 유럽은 몰라요. 저와는 반대로요. 저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죠, 한국을 잘 알긴 하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를 통해 저는 진짜 한국인에게 다가가는 인물을 만들어내려 애썼어요.

2. 두 번째 소설 '파친코 구슬' 고향을 찾는 모든 동포의 이야기

'파친코 구슬'은 스위스에서 태어난 클레어라는 한 젊은 여자의 이야기예요.

그녀의 조부모는 6.25 전쟁 난민으로, 당시 전쟁을 피하려고 일본으로 갔어요.

클레어는 일본어를 쓰면 조부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일본어를 사용해요. 하지만 조부모는 손녀와 일본어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죠.

그분들에게 그 언어는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아픈 역사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에선 그렇게 모든 인물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서 살았다면, 고향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기가 사용하는 언어가 자기 정체성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3. 프랑스인 아버지·한국인 어머니 태어난 곳은 프랑스·사는 곳은 스위스

"소설 속에서 제 마음의 고향을 찾아갑니다"

(그러면 작가님의 고향은 어디인가요?) 아주 어려운 질문이네요. 글을 더 많이 쓸수록 제 고향은 어떤 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더 들어요.

글쓰기는 고향을 찾는 저만의 방법이에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면서, 각각의 책으로 저를 그려내고 있죠.

특히 이 첫 두 소설은 제겐 아주 소중한 인생 이야기예요. 제가 한국말로 할 수 없는 모든 이야기를 그 소설 속에 녹여냈거든요.

각각의 책은 벽돌과 같아서 천천히 벽을 완성해가죠. 그 벽이 점점 커지면서 집이 만들어질 거예요.

그 집이 만들어지면 제 정체성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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