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한국 이야기] 장구 치는 프랑스인, 바질 프비옹

[나만 아는 한국 이야기] 장구 치는 프랑스인, 바질 프비옹

2019.03.17. 오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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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프비옹 / 장구 치는 프랑스인 : 안녕하세요. 저는 드럼과 장구를 치고 노래도 하는 프랑스-벨기에인 바질 프비옹입니다.]

1. 유럽의 재즈 드러머, 여수에서 한국 문화에 눈뜨다!

[바질 프비옹 / 장구 치는 프랑스인]
제가 한국을 처음 접한 건 2012년이었습니다. 그때 벨기에 재즈팀과 함께 여수 엑스포에서 공연하게 됐어요. 그때 여수에서 3~4일 머물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유럽에 들어와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판소리, 시나위, 사물놀이를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 들었을 땐 충격을 받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한국의 첫인상을 간직하고 싶었고 그래서 한국어와 한국 노래, 장구를 배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올해 1월 1일에 동두천에서 (동두천 시립) 이담풍물단과 해맞이 공연을 했어요. 아주 좋은 추억이고 그날 공연했는데, 8일에 동두천 시청에서 동두천시 명예 시민증을 받았습니다. 영광이었어요.

2. 장구 독학부터 사물놀이 명인을 만나기까지…

[바질 프비옹 / 장구 치는 프랑스인]
처음에는 서양 음악 버전으로 장구 연주를 시작했는데요. 2015년 5월에 아주 중요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때 사물놀이팀 진쇠 선생님들이 파리에 오셨어요. 워크숍과 공연도 하셨는데.

한국에 갈 때마다 그 선생님들에게 전수 받았습니다. (그들의 연주는) 강렬하지만 아주 우아했고, 리듬을 다루고 연주하는 방식에 많은 섬세함이 있었습니다. 그게 장구에 대한 제 열정을 더 강하게 해준 듯합니다. (그리고) 2015년 여름 한국에서 열린 칠곡 세계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에 참여하게 됐어요. 당시 외국인 부문에서 2등(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김덕수 선생님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3. 휘몰아치는 한국 전통음악의 '한'과 '흥'에 휩싸이다

[바질 프비옹 / 장구 치는 프랑스인]
한국 음악을 처음 듣는 순간부터, 제가 격찬하고 도취할 만한 어떤 강렬한 힘이 느껴졌죠.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후에) 제가 만난 선생님들과 음악인들이 이 정서가 한과 흥이라고 불린다고 알려줬습니다. 재즈 음악의 강렬한 정서인 블루스와도 비슷하죠.

한과 흥의 정서를 한국인의 정서로 흔히 정의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제가 연주하는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의 공통점은) 노동 음악이라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초기 재즈 음악은 목화밭에서 일하던 (미국 흑인) 노예들이 부른 짙은 블루스가 배어있는 노동요에서 발전했죠.

4. 내가 느낀 장구의 힘, 온 세상이 느끼기를…

[바질 프비옹 / 장구 치는 프랑스인]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설장구를 제일 좋아합니다. 설장구란 장구 독무대를 의미하는데요. 가장 기교가 화려한 연주입니다. 가장 느리기도 하고, 가장 빠른 부분이기도 하죠. 설장구에는 보편적인 어떤 힘이 존재해요. 예컨대 한국 전통음악에 문외한일지라도, 장구 독무대를 들으면 재즈의 솔로 드럼 연주가 연상되고, 현대 음악의 타악기 연주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한국 전통 장구 연주에는 시대를 초월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는 거죠.

5.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국악, 프랑스에 널리 퍼져라!

[바질 프비옹 / 장구 치는 프랑스인]
저는 재즈 드럼연주자로 처음 음악을 시작했고, 지금도 재즈 음악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 음악은 제게 재즈와는 다른 무언가를 가져다 줍니다. 한국 음악과 재즈 음악, 또 현대음악을 병행하는 것은 저에게 균형감을 줍니다. 제가 음악 활동에 있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죠.

우선은 재즈 공연도 국악 공연도 계속했으면 좋겠고, 특히 합작 공연을 했으면 좋겠어요. 유럽에서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을 많이 발전시킬 수 있으면 좋겠고요.

또 앞으로 프랑스에서 한국 전통음악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시설을 세운다면 아주 유익하고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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