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저고리 입고 '차별 반대' 외친 재일동포 1세, 조양엽 할머니

치마저고리 입고 '차별 반대' 외친 재일동포 1세, 조양엽 할머니

2018.11.10. 오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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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엽 / 재일동포 1세 (81세) : 저는 재일동포 1세 조양엽 입니다.]

징용 끌려온 아버지, 치마저고리 입던 어머니

"아버지가 징용으로 일본에 왔어요.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일본 시골에서 자리 잡아 가지고 사는데 시골 사람들끼리 산을 나눠요. 그 나무로 숯도 굽고 팔러 가고 장작도 깨서 묶어서 팔러 가고.

어머니는 어딜 가더라도 치마저고리였고… 일본어도 전혀 모르셨으니까요. 일본에는 친구가 없으니까 말도 못 배우셨겠죠. 그거야말로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였죠."

'마늘 냄새' '조센징' 상처가 된 차별의 기억

'조센징은 김치 먹으니까 힘이 세구나? 마늘 냄새는 나지만. 마늘 냄새라든가 김치 같은 거 먹으니까!' 하고 남자애가 괴롭히는 거예요.

어릴 적 제가 길에서 선생님을 만나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면 선생님이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면 저는

'이 선생님은 내가 조선인이라서 무시하는구나.' 하고 어린 맘에 속으로 꼬이게 되는 거죠.

반년 정도 학교에 갔나? 어느 날 학교를… 등교 거부했어요. 학교 안 가겠다고. 학교가 싫다고, 안 가겠다고. 그랬더니 아버지가 '그래도 배우면 내 것이 된다. 학교 안 가면 안 된다. 학교에 가라.' 그렇게 아버지가 말하는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가 '아유, 가기 싫거든 가지 마라!' 하셨죠."

일본에서 '한국어 공부'가 가장 쉬웠던 소녀

"전쟁 끝나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거나 했는데 조금 정돈된 뒤에야 (질문: 조선학교에 들어가셨어요?) 네, 조선학교에 가게 되었어요.

제가 어릴 때 어머니가 일본어를 모르니까 한글, 그러니까 어머니랑은 한국어로만 말했어요."

"조선학교에서 제가 글자 외우는 게 가장 빨랐죠. 모두 일본어밖에 모르고 한국말을 몰랐거든요.

다들 어머니랑 다 일본어를 하니까. 그리고 어머니도 일본 기모노를 입고서 일본인처럼 살던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일부분 조선학교에 섞여 있으니까 그런 집 애들은 글을 알기 어려웠죠. 말도 배워가면서 글도 배워야 하니까.

저는 말을 할 줄 아니까 글 외우는 건 간단했죠."

우리 말을 할 줄 안다는 것 동포를 위해 산다는 것!

"민단 부인회 회장이 저한테 일을 도와달라고 그렇게 말했어요. 남편에게 상담했더니 '자네는 배운 건 없지만 그만큼 한국어 할 수 있고, 그만큼 한글을 쓸 수가 있고, 가와사키 부인회를 도와주려면 자네 같은 사람이 딱 맞다, 고. 도와드리라고.'

'아줌마들 한글도 모르는데 일본말도 서투른데 조직을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하고 계시는데 도와드리라고.' 했어요."

'치마저고리' 할머니, '차별 반대 시위' 선봉에 서다

(최근 몇 년 동안 차별이 더 심해졌나요?)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마치 한 계급 아래 사람처럼 취급당하긴 했어도 지금처럼 심한 상황은 없었어요. 지금 가와사키에서도 차별 혐오 시위하는 사람들은 가와사키가 고향인 사람은 별로 없었다더라고요. 멀리서 이런 거(인터넷) 이용해서 사람 모아서 했다더라고요. 가와사키 역 주변에서부터 시작한 거죠.

가와사키는 재일한국인이 많으니까. 재일한국인이 많으니까 그 사람들 나가라고.

가장 앞에 서서 치마저고리 입고 이런 마이크 달아서 차별 집회를 그만두라고 외치면서 참가했어요.

무섭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쿠라모토(재일동포 마을) 입구 쪽에서 차별 혐오 시위에 반대하는 사람들, 청년들이 양 갈래 길목에 바리케이드 치고 사쿠라모토 상점가에는 절대 발도 못 들이게 도로에 쫙 누웠어요.

그 사람들도 일본사람이에요.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손잡고 도로 위에서 전부 누워서 막았죠. 그 사람들은 고맙죠.

물론 이렇게 헤이트 스피치를 용서하면 안 된다고 하는 단체도 있지만… 정치인들은 일부러 이런 상황을 보지 못한 척하는 게 있잖아요.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그런 짓 해선 안 된다고 하거나, 법을 어겼다 해서 '잡아가진 않죠?' 그렇죠? 그러니까 정치인도 나중 일처럼 여기는 건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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