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쓰는일기] 한복장인 이혜숙 씨

[거꾸로쓰는일기] 한복장인 이혜숙 씨

2018.07.08. 오후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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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흔 나이에 호주에서 한복을 만드는 한복 장인이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손수 제작하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는데요.

한평생 한복을 만들고, 알리는 데 앞장선 이혜숙 장인을 윤영철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신혼부부가 고운 한복을 입고 폐백을 드립니다.

오늘을 위해 정성 들여 만든 한복.

타지에서 펼쳐질 신혼 생활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하는데요.

[김정환·김연선 / 신혼부부 : 한복 너무 아름답고요. 이혜숙 여사님께서 정말 잘해주셔서 즐겁게 폐백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복 너무 예쁘고요, 색감도 예쁘고. 촉감도 좋아요.]

저는 호주 시드니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혜숙입니다.

이곳에서 한복을 만든 지 어느덧 20여 년.

한국에서 한복은 생계 수단이자 제 삶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한 땀 한 땀 손수 꿰매는 전통방식을 고집해 저만의 입지를 다졌죠.

낯선 땅 호주에 이민 오게 된 건 아픈 손가락, 둘째 아들 때문이었습니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이 차별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1995년, 무작정 호주로 건너왔습니다.

[이혜숙 / 한복 디자이너 : (호주 이민 간 친구가) 호주에서 살다 보니까 장애인 대우는 굉장히 좋더라,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정부 보조도 좋아서 부모 돈이 없어도 아이를 교육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와보니 뒤늦게 와서 농아를 교육하는 게, 제가 영어가 안 되다 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녹록지 않았던 타지에서의 삶.

저는 다시 한복을 손에 잡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지의 나라에 가까웠던 한국을 소개하는 데 한복만큼 좋은 게 없었는데요.

한복을 알릴 수 있는 자리라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요즘엔 한류 열풍을 타고 현지 고객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이혜숙 / 한복 디자이너 : 외국인이 많이 늘었어요. 왜 한복 입으려고 하니? 하고 물어보니 뉴스나 잡지에서 소개된 걸 보고 너무 입고 싶었대요. 어떤 학생은 대장금 이야기를 해요. 그 드라마를 봤다고.]

그렇다고 한복집으로 큰돈을 버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한복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건 한복이 제 인생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이혜숙 / 한복 디자이너 : 한복이란 내 인생의 희로애락이에요. 저는 재봉틀을 밟을 적마다 제 슬픔을, 아픔을 재봉틀 소리와 함께 (녹여요). 재봉틀에서 옷이 하나 완성될 때쯤이면 제 슬픔이 가실 때가 많아요.]

묵묵히 외길인생을 걷다 보니 어느덧 일흔.

제게 남은 바람이 있다면 한평생 만든 한복으로 전시회를 여는 겁니다.

[이혜숙 / 한복 디자이너 : 제가 그동안 소장했던, 제가 꿰매서 가지고 있는 한복을 어느 기회나, 어느 날이 되면 한번 호주 시드니 사회에 다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면서 노력해봐야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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