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꽃이피었습니다] 버스 운전하는 수필가 백동흠 씨

[이야기꽃이피었습니다] 버스 운전하는 수필가 백동흠 씨

2018.05.13. 오후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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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뉴질랜드에서 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수필가 백동흠 입니다.

백동흠 / 61세 / 버스 운전사 / 뉴질랜드 동포 신문에 칼럼 200회 연재 /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 수상

(1) 택시 운전으로 시작한 이민 생활
환갑에 다시 도전한 '버스 운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13년을 했는데 여기 와서 자영업(택시 운전사)을 19년이나 한 거예요. 사회 각 분야의 뉴질랜드 사람들, 한국분들, 밑바닥에 있는 생활부터 접할 기회가 되다 보니까 저로서는 많은 걸 얻었죠. (그러다 문득) 언젠가는 버스를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이 나이에 제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작년 9월에 회갑 잔치를 마치고 시작했어요. 9월 5일에 (버스 운전) 면허증을 땄습니다. 북쪽에 버스 회사 세 군데가 있는데 문 두드리면서 갔더니 바로 인터뷰하고 다음 주부터 와서 한번 트레이닝 해보자 그래서 바로 시작된 거예요.


(2) 버스에서 만난 사람과 창밖 세상
'메모광'에게 글쓰기 소재는 무궁무진!

버스 운전을 하다 보니까 소재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하루에도 운전을 하면서 몇백 명을 태우고 내리고 하거든요. 생활하면서 느끼는 그때그때 순간의 느낌이 있잖아요. 저는 그걸 조그마한 노트에 써서 집에 와서 옮기고 그러는데 이런 노트 150권 정도를 썼어요. 거기에 제 모든 소재와 에피소드가 다 들어가 있죠. 그걸로 수필과 소설 이런 내용을 모티브 잡아 썼지요.


(3) 승객이 들려준 한국 음식 이야기, '깬니프'
2017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

제가 택시를 19년 동안 했는데요. 그 와중에 한 아가씨를 태웠는데 한국에 원어민 교사로 갔다 왔대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냐고 물었더니 '깬니프'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깬니프가 뭐야? 그랬더니 '상추 말고 깻잎' 그러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자기가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깻잎을 먹었는데 박하 향기처럼 좋았다는 거예요. 아주 의외여서 뉴질랜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정서를 재미있게 써봤습니다.


(4) 고단한 이민 생활
가장(家長)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한국에서는 고위 관리직 이런 걸 하다 왔지만 여기 와서는 몸으로 하는 일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땀을 흘려야 하고, 속 모르는 언어적 감정 이런 것 때문에 힘든 게 많았거든요. 그러면서도 묵묵히 나가는 가장의 모습들. 가장의 일환으로서 느끼는 공감들. 그런 것들을 쓰다 보니까 많은 분이 공감을 해줘요. 그래서 제 얘기는 살아있는 얘기고, 에피소드 중심입니다. 책상에서 앉아서 쓰는 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거기에 의미를 넣어서 나중에 재미있게 소화 시키는 내용이죠.


(5) 전 세계 동포들과 교류하는 수필 문학 교실

한국에서 이민 온 분들이 당시에 환경 이민을 왔잖아요. 직장 생활하다가 애들 교육 관계로 이렇게 해서 왔는데 나름대로 직장 일을 하면서도 글을 쓰고자 그런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전문적으로 한 게 아니다 보니까 같이 좀 해야 되겠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었어요. 문학회를 하나 만들어서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한국, 캐나다, 미국, 중국… 다 함께 하고 있어요. 글 쓰는 사람들이 서로 통하더라고요. 같이 나누면서 미국 사람 글도 서로 주고받고 그러다 보니까 세상에 나와 있는 한국의 동포들, 동포들이 살아가는 단면들을 보니까 생활이 굉장히 탄력이 있어요.


(6) 고국의 '언어'를 제대로 아는 것
우리의 '영혼'을 지키는 일

아무리 외국 나와서 20~30년, 50년을 살아도 정말 우리는 우리 글과 말의 진한 맛에 길들어 있죠. 그래서 아무리 영어를 해도 깊이 있는 내용까지 모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정말 우리 고국의 글과 말은 혼이 있는 것 같아요. 그 혼이 있는 걸 제대로 표현하고 제대로 들을 줄 알고 볼 줄 아는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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