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세계 한인 정치인] "나는 한인 정치인입니다!"

[특집 / 세계 한인 정치인] "나는 한인 정치인입니다!"

2017.06.11. 오후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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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로 가는 범선 갤릭호가 한국인 121명을 태우고 닻을 올렸습니다.

공식적인 '한인 이민'의 시작이었습니다.

중남미 농장과 독일 탄광으로 한민족 이민 행렬이 이어졌고 이들의 땀방울은 고국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타향살이 설움과 힘겨운 노동을 이겨내며 억척같이 자식을 키운 이민 1세대들.

이제 그 자녀들이 동포 사회를 새롭게 이끌어갈 때입니다.

[변겨레 / 아르헨티나 문화부 차관보 : 한인사회와 아르헨티나의 연결고리가 되겠습니다.]

[이슬기 / 호주 캔버라주 의원 : 세계 어디를 가도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 대표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들!

덕분에 한인 사회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1986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7살 소년.

인종차별을 당하는 부모님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정치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년은 미국 뉴욕 주 최초의 한국계 하원의원이 됩니다.

[론 김 / 뉴욕주 하원의원 : '너는 한국인이야. 너는 동양인이야. 그러니까 수학이나 공부해서 의사가 되렴' 이란 말만 듣고 자랐습니다.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정치계에 입문한 이유도 핍박받는 동양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동양인은 '공부벌레', '돈벌레' 라는 편견을 깨고 5년 전 뉴욕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론 김.

3선 의원이 된 지금도 동양인 등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치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뉴욕에 사는 동양인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 집회를 최초로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론 김 / 뉴욕주 하원의원 : 오늘은 최초로 동양인들을 위한 정당집회가 결성된 날입니다. 뉴욕주의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들, 특히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역사적인 날입니다. 아시아계 사람들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법안들이 재정 지원을 받을 것입니다.]

미국에 이민 온 동양인들은 세탁소나 네일숍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의원은 특히 이들의 권익에 관심이 많습니다.

2년 전 뉴욕타임스가 '한인들이 운영하는 네일숍 직원들이 저임금에 시달린다'는 기사를 보도한 이후 한인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자,

합법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민자들은 차별받지 않는 새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최영수 / 미국 동포 변호사 : (김 의원은) 주정부에서 소상인들한테 또는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제들이 우리한테 불리하게 작용했을 경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입법을 만들어가지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정치인은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지금도 굳게 믿고 있는 김 의원.

낯선 땅에서 사회적 차별로 억압받는 소수자들을 위한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론 김 / 뉴욕주 하원의원 :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정치계에 입문해야 합니다. 단지 유명해지고 싶어서 정치인이 되면 안 됩니다. 노인들과 어린이를 도와주고, 힘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는 사람이 바로 정치인입니다.]

같은 해,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도 한국인 부부가 이민을 왔습니다.

지독한 가난 속에 세 아들을 낳아 키웠습니다.

장남 변겨레 씨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 반세기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 고위직에 올랐습니다.

[변겨레 / 아르헨티나 문화부 차관보 : 아직 이 나라가 발전할 점들이 많거든요. 근데 발전할 점 중에서 한국에서 본을 받을 수 있는 점들이 많습니다. 다리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싶어서 정치 쪽에서 계속 종사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동포 10명 중 9명은 의류업에 종사합니다.

여느 이민 1세대처럼 변 차관보의 부모 역시 삯바느질로 시작해 의류업으로 기반을 탄탄하게 닦았습니다.

한인 2세 대부분은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는 아르헨티나에서 변 차관보는 왜 정치에 발을 들인 걸까요?

[변겨레 / 아르헨티나 문화부 차관보 : 이민 사회 내에서 계속 의류업 쪽에 종사를 하게 되면 거기서 잘 벗어날 수가 없어요.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동등하게 경쟁을 해서 경쟁에서 이겨서 이민 사회를 좀 더 빛낼 수 있는 그런 2세나 3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겨레'라는 이름에는 '한민족'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임을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일까.

변 차관보의 문화 정책은 늘 한국을 향해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문화부와 자매결연을 주도하는가 하면 양국 차세대 예술가 양성을 위한 장학금 제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변겨레 / 아르헨티나 문화부 차관보 : 남은 임기 3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한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한인 2세가 되고 싶고요. 그리고 다음에는 아마 국회에 출마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변 차관보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중남미 전역에 알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에는 젊음의 활기가 넘칩니다.

한눈에 봐도 앳된 청년!

올해 나이 26세, 독일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대학생 시의원 알브레히트 가우터린입니다.

[알브레히트 가우터린 / 독일 카르벤시 의원 : 정치는 소수 정당 또는 주민들의 관심사를 한데 묶어서 잘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일생생활과 제가 사는 이 시대에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1990년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브레히트 의원, 자신의 뿌리가 한국과 독일, 두 나라인 것에 늘 감사합니다.

[알브레히트 가우터린 / 독일 카르벤시 의원 : 저에게는 한국과 독일 두 가지 정체성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양쪽 문화를 모두 체험할 수 있었고, 양쪽의 좋은 특성은 제 삶의 철학이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학생회장이었던 그를 친구들은 남다른 리더십의 소유자이자 늘 아이디어가 넘치던 친구로 기억합니다.

[체이다 토이 / 초등학교 친구 : 그는 늘 적극적이며 부지런했습니다. 그에겐 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스승의 권유로 6년 전 시의원 선거에 도전한 젊은 정치인에게 주민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스무 살의 나이에 시의원에 당선, 5년 임기가 끝나고 지난해 재선까지 성공했습니다.

[기도 란 / 카르벤시 시장 : 정치가 종종 기성세대의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 시의 시정에 젊은이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아주 좋게 생각합니다. 그는 매우 열성적이고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알브레히트 의원은 무엇보다 남북통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은 대한민국이 독일처럼 평화통일이라는 숙제를 풀 때까지 고민을 함께할 생각입니다.

[알브레히트 가우터린 / 카르벤시 의원 : 독일은 25년 전에 동서독 통일을 이뤘는데 당시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그 경험들을 교류하자고 제안할 생각입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격차를 좁히고 한국과 독일을 잇는 젊은 정치인 알브레히트 의원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 호주.

하지만 여전히 소수민족 이민자가 주류 정치계에 진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아시아계 최초로 한국인이 호주 수도 캔버라주 의원에 당선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슬기 / 호주 캔버라주 의원 : 호주 수도 특별지역 의회에 당선된 첫 아시아계 여성이어서 굉장히 영광입니다.]

이슬기 의원의 일과는 아침 일찍부터 거리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주민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건의사항은 없는지, 현장에서 들은 생생한 목소리를 모아 관련 부처에 전달하기 위해섭니다.

[알란 맥도날드 / 캔버라 주민 : 이슬기 의원이 한 말에 감명받았어요. 제 고민거리를 잘 들어주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을 대표할 수만 있다면 출신 국적은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이 있어서 좋아요.]

한때 잘 나가는 변호사였던 이 의원이 안정적인 직업 대신 택한 정치인의 길.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두 번이나 낙마하는 쓴맛을 봐야 했습니다.

좌절 속에서도 세 번째 도전을 이어간 이유는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슬기 / 호주 캔버라주 의원 : 자기 권익을 지키거나 대변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사회에 더 크게 공헌할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정치를 떠올렸습니다.]

[박경하 / 캔버라 한인회장 : 한국뿐 아니라 다른 소수민족 국가들의 존재를 더 알리고 더 많이 동참하고, 그럴 수 있는 계기가 이슬기 의원으로부터 시작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의원은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한국인은 많지만 아직까지 정치에 참여하는 한국인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슬기 / 호주 캔버라주 의원 : 젊은 한인들이 더 많이 정치에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한인 지역사회를 벗어나 정치계에 입문하는 것은 물론 어렵죠. 정치계에 직접 입문하지 않아도 투표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요.]

1992년, 흑인 청년을 폭행한 백인 경찰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며 벌어진 LA 폭동.

한인타운이 집중표적이 되며 무고한 시민 5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동포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로 남았지만, 그 어떠한 보상과 위로도 없었습니다.

[김동석 / 뉴욕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25년 전 LA 폭동. 자기 지역구에 전 세계를 경악시킨, 법치국가인 미국에서 폭도들이 시내를 방화해 다 약탈을 하고 없어졌는데 한인들 편들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예요. 가해자의 처벌이 없는 거예요. 정치적인 힘이죠.]

우리는 왜 정치에 참여해야만 하는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인들이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는 강의가 열렸습니다.

김 씨는 20년째 미국 곳곳에서 한인 유권자 등록과 청소년 정치 교육 등을 이끌며 풀뿌리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꼭 정치인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김동석 / 뉴욕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투표를 한다는 것은 정치에 참여한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소수계가 정치 참여를 하지 않으면 인정을 못 받아요. 인정하지를 않죠. 결국에는 투표를 많이 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힘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죠.]

한인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풀뿌리 인턴십'도 제공합니다.

동포 학생들은 정부 기관을 방문하거나 의원들과 만나며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김동석 / 뉴욕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속시키는 것은 이러한 일을 이어갈 2세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는 거고. 정체성이 명확해지면은 자기 삶의 역할이 분명해집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게 명확해지죠.]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낸다는 것입니다.

세계 속 한인들이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때 720만 재외동포들의 위상도 더 높아질 겁니다.

[주철기 /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정치에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한인 공동체 위치가 올라간다는 것, 또 한인들의 권익이 보장된다는 것이 가장 크고요. 자라나는 이들이 더 많이 정치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하고 이런 일들이 필요하죠.]

[론 김 / 뉴욕 주 하원의원 : 저는 정치인으로서 늘 공익활동에 앞장설 것을 약속합니다. 늘 뉴욕주에 사는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변겨레 / 아르헨티나 문화부 차관보 : 아르헨티나에 계신 한인들을 위해 언제나 투명하고 성실하고 노력을 하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꼭 될 수 있도록 꼭 노력을 하겠습니다.]

[알브레히트 가우테린 / 카르벤시 의원 : 독일사회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한국인들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이것이 저의 약속입니다.]

[이슬기 / 호주 캔버라주 의원 : 아무리 제가 호주에 살아도 한국 사람이니까 세계 어디나 가던지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 대표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멜리사 리 / 뉴질랜드 국회의원 : 우리는 모두 한국의 피가 흐른다는 말에 저도 감동을 받았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 굉장히 정이 넘치고 전 세계에 있어도 같이 모여서 젊은이들이 만나서 얘기도 하고 배워가는 것도 있고, 한국에 대한 정서를 다시 배울 수 있고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이현호 / 칠레 노동부 장관 보좌관 : 저는 앞으로 한국과 칠레 그리고 중남미에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주 꼭 필요한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파이팅!]

[씬디 류 / 워싱턴주 하원의원 : 한인 정치인들이 성공할 수 있게 이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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