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춘이 스펙이다!

[특집] 청춘이 스펙이다!

2017.03.26. 오전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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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라고들 하죠.

가장 찬란해야 할 '청춘'은 언제부턴가 88만 원 세대, 삼포 세대…

암울한 이름으로 '위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박현우 / 26세·자영업 : 지금까지 달려온 게 취업, 취업, 취업….]

[김서우 / 23세·휴학생 : 내가 취업을 해도 나라가 잘 돌아갈까….]

[김규리 / 25세·대학생 : 진로에 대한 경력을 쌓는 거. 그걸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황덕현 / 26세·대학생 : 돈을 벌고 해외로 나가서 스펙을 쌓고 또 와서 휴학을 해서 돈 벌고 등록금을 내고….]

[김혜진 / 24세·대학생 : 살아가기 벅찬 게 느껴지긴 해요. 사실 대한민국 떠나고 싶어요….]

'방황해도 괜찮다', '나도 그땐 그랬다'. 기성세대의 격려에 기대 또 하루를 버팁니다.

여기, 취업 준비를 과감히 거부하고 '꿈'과 '도전'이라는 스펙을 이력서 맨 위에 당당히 써넣은 네 명의 젊은이가 있습니다.

두렵고 떨리지만, 더 큰 가능성을 찾아 세상 밖으로 떠난 이들의 이야기가

오늘 이 시간, 아파도 너무 아픈 청춘들에게 작은 치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 스물아홉 살 예나 씨!

4년 전까지만 해도 '88만 원 세대'를 대표하는 청춘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 전문대학을 나와 영상 제작 회사에 간신히 취업했습니다.

그래도 취업의 문턱은 넘었으니 다들 성공했다며 부러워했습니다.

매일 밤을 새우고, 월급이 적어도 좋았죠.

하지만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며 더 넓은 세상을 꿈꾸게 됐습니다.

[전예나 / 그래픽 디자이너 : 우리나라에서 창의력을 중시하는 회사도 많지만 현실은 솔직히 별로 없잖아요. 일하다 보면 일에 치여서 창의력을 키우기보단 빨리 마감을 맞춰야 하고. 외국에 나가서 좀 더 창의적인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막연히 꿈에 그리던 나라 1순위는 영국입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뒤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영국 가는 비행기 표를 샀습니다.

해외에 나가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대부분 카페나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나 씨는 온종일 '이력서 보내기'에만 열중했습니다.

[전예나 / 그래픽 디자이너 : (3개월 동안 이력서를) 200~300통은 보낸 것 같아요. 직원 구한다고 공고 올라온 데만 보낸 게 아니라 공고 없이 가고 싶은 회사는 다 보냈어요. 있는 대로 다 보냈어요. 무조건 다.]

300통의 이력서를 보냈는데 연락이 온 곳은 단 세 군데.

그마저도 단기 아르바이트였지만, 기회가 주어진 것에 그저 감사했습니다.

빠른 시간에 톡톡 튀는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예나 씨를 마음에 들어 한 회사는 '단기 알바'가 아니라 '풀타임'으로 일해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그러더니 몇 달 후에는 취업 비자까지 내주며 아예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제이크 메카울리 / 미디어주 대표 : 이렇게 재능 있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표현하는 기술까지 가지고 있는 인재라면 당연히 회사로서 고용해야죠.]

한국식 끈기와 성실함도 큰 무기였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남들보다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까지 회사에 남았습니다.

자투리 시간에는 영어 공부를 하느라 바쁜 나날이지만 디자이너로서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예나 씨.

[전예나 / 그래픽디자이너 : 내가 일한 만큼 가치를 존중해주는 것, 디자이너로서 존중을 받을 수 있게끔 제 의견을 다 들어주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지해준다고 해야 하나….]

꿈에 대한 신념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딘 예나 씨의 내일이 더 기대됩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갔지만, 돈을 벌거나 영어를 배우는 대신 특별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또 한 명의 청춘!

올해 28살 최새롬 씨입니다.

새롬 씨는 오늘도 3kg이 넘는 장구를 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최새롬 / 거리의 국악인 : 거리 공연자들을 보면서 나도 장구로 거리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용기가 잘 안 났어요. 어차피 제가 프로는 아니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다 새로운 음악이니까….]

사실 거리 공연은 새롬 씨가 20대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호주에 도착해 거리 공연을 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보면서 지금이 바로, 실천할 때라고 느꼈답니다.

한 장소에서 할 수 있는 공연 시간은 최대 2시간.

그나마도 주변에 공원이나 병원, 건물이 없는 주택가에서만 가능해 공연 장소를 찾는 것도 꽤 까다롭습니다.

이런 고생에도 새롬 씨는 일주일에 사흘은 이렇게 거리에 서서 장구 연주를 합니다.

[치히로 / 멜버른 시민 : 잘 모르는 음악이지만 너무 신선해요. 전통 음악을 창조적으로 연주한 것 같아요.]

공연이 없는 날이면 풍물 교실을 엽니다.

호주에서 나고 자란 동포 자녀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싶어서라는데요.

[최새롬 / 거리의 국악인 : 제가 즐기는 것을 아이들도 같이 즐기고, 같이 한국 문화를 알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거죠.]

바로 지금, 오늘이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죠.

지금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새롬 씨를 보면 어떤 내일을 살지는 오늘에 달린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커피가 좋아서, 지구 반대편 과테말라로 간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오로지 커피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냐'며 현지인들은 이 젊은이들에게 '미쳤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김진영 / 카페로코 대표 : ‘우리는 커피 때문에 왔습니다’ 라고 얘기했을 때 그건 정말 로코다. 커피 하나 때문에 이 먼 나라까지 온 것은 미친 짓이다 그래서 그것 자체가 우리의 자아가 아닐까 그래서 그렇다 그럼 가게 이름을 '카페 로코(=커피에 미쳤다)'로 하자….]

우리나라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던 진영 씨!

커피를 사랑해서 시작한 일이 점점 고단해지더니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중남미 커피 여행'을 떠났습니다.

다들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쿠바와 자메이카, 멕시코와 온두라스까지...

커피만 찾아다닌 여행은 1년 동안 계속됐는데요.

그러다 체 게바라가 보고 반해 혁명가의 꿈도 잊게 했다던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수 근처에 자그마한 커피 가게를 열었습니다.

[김진영 / 카페로코 대표 : 적어도 내가 커피를 하는 사람인데 직접 봐야 하지 않을까.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 자신에 대해 조금의 휴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좀 더 순수하게 커피를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와 커피 여행에서 만난 세 명의 '커피 마니아'들이 뭉쳐 다섯이 됐습니다.

혼자일 때는 막막하던 일이 힘을 합치니 술술 풀렸습니다.

[이현정 / 카페로코 총무 : 커피 농장에서부터 컵으로 나가는 커피까지 과정이 정말 너무 무수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는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이죠.]

커피 맛도 맛이지만 커피 청년 5인방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고객 카드'를 만들어 손님들의 이름과 커피 취향까지 외우자 단골 손님은 금세 늘어났습니다.

[다니엘 에로이 / 카페 손님 : 이곳에 사는 친구가 이 곳 커피가 최고라고 하길래 들러서 아이스커피 한잔 마시고 있어요.]

[그레이시 / 카페 손님 :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미국식 커피와 달리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입니다.]

세계적인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는 청년들의 카페를 과테말라 최고 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뉴욕 잡지에도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데요.

[이현정 / 카페로코 총무 : 좀 더 많은 사람들, 과테말라 사람들이나 커피를 누리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커피를 많이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평범하게만 살아라...' 했던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커피의 본고장에 간 청춘들!

그들이 만든 커피 맛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거리에서 물어봤다!
20대에 꼭 하고 싶은 일은?

[이진아 / 24세·대학생 : 혼자 여행 가는 거.]

[박봉욱 / 21세·대학생 : 번지점프를 너무나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김민혁 / 21세·대학생 : 여자친구 사귀기!]

[신선호 / 25세·대학생 : 대학 졸업하기 전에 가수로 빵 뜨는 거!]

[류기환 / 24세·대학생 : 사실 결혼인데…. 25살에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도전은 '청춘의 특권'이라 말하는 20대 여성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체육 교육을 전공하고 교사로 일하던 혜림 씨!

갑자기 '돌아다니는 학교'가 되겠다며 제 몸 만한 배낭을 메고 무전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김혜림 / 29세·뉴질랜드 3천km 종주 도전자 : 한국에서 지금 제 나이의 여자가 해외에 나와서 이런 걸 한다는 것 자체가 편견을 갖고 바라보더라고요. 정신 나갔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이런 얘기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그런 거 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지난해 12월, 뉴질랜드 최북단 케이프 레잉아에서 첫걸음을 뗐습니다.

진흙탕은 기본!

곧 길이 막혀 강물을 건너야 하는 난관이 찾아왔습니다.

때아닌 폭우를 만나 산속에서 겨우 몸을 녹이며 이대로 포기할까 고민해보지만, 다시 힘을 냅니다.

이 한 걸음 한 걸음의 도전이 기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혜림 / 29세·뉴질랜드 3천km 종주 도전자 : 수많은 경험을 하고,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면서 제가 굉장히 성장해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의 세상이 굉장히 커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더 창의적이고 좀 더 많은 일을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뉴질랜드 최남단인 블러프까지 3천km를 걸어가는 반년 간의 무전여행!

1km를 걸을 때마다 1달러가 쌓이는 기부여행입니다.

3천 달러의 기부금이 모이면 여성용품 살 돈이 없어 한 달에 한 번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프리카 여학생들을 도울 예정입니다.

[김혜림 / 29세·뉴질랜드 3천km 종주 도전자 : 누구나 원한다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면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안정된 삶 대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도 험난한 길을 걷고 있을 혜림 씨.

청춘의 특권을 더 마음껏 누리길 바랍니다!

취업 문은 여전히 마냥 좁은데, 어김없이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뀝니다.

지금 도서관에 앉아 토익 점수 올리랴, 이력서 채우랴 하루가 모자란 젊은이들.

당신의 청춘이 최고의 스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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