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세계로 가다] 유리천장 뚫은 시드니 한인 검사 1호 박재현

[청춘,세계로 가다] 유리천장 뚫은 시드니 한인 검사 1호 박재현

2016.04.23. 오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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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호주는 다문화 국가지만 아시아 사람들이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데는 안 보이는 진입 장벽, 이른바 유리천장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법조계의 경우 아직 동양인 출신 판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입니다.

이곳에서 검사로 활약하면서 최초의 아시아 출신 판사를 꿈꾸는 우리 동포가 있는데요.

윤영철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아침부터 분주한 시드니의 한 법원 앞.

한 남자가 급한 발걸음으로 서류 더미를 옮기고 있다.

시드니 동포 가운데 처음으로 검사가 된 박재현 씨다.

[박재현 / 시드니 첫 한인 검사]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법원으로 오늘 처리해야 될 일을 하러 갑니다.
(오늘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세요?)
보시는 것처럼 이걸 다 처리해야 돼요. 한 100개 정도….

한국과 달리 호주에서는 경찰도 기소권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경찰 검사로 불리는 사람들인데 재현 씨는 벌써 7년째 이 일을 맡고 있다.

특히 이곳 이스트우드 지역은 시드니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라 재현 씨의 활약도 크다고 한다.

[스테판 데이안 / 동료 검사 : 재현 씨는 한국인이 가해자나 피해자가 된 문제를 해결할 때 그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들에서 많은 도움을 줍니다. 문화적인 능력이죠.]

이민 1세대인 재현 씨가 호주에 온 것은 그의 나이 14살 때다.

당시 한국에서는 청소년의 해외 유학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재현 씨의 부모님도 아들이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홀로 유학을 보냈다.

부모와 떨어져 낯선 곳에서 사는 것도, 어설픈 영어로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재현 씨에게 더 힘든 일은 따로 있었다.

[박재현 / 시드니 첫 한인 검사 : 호주가 아무리 이민자들이 많고 다문화라서 다국적이 많아도 아직도 주류 사회는 꽤나 닫혀 있는 사회거든요. / 그런 시선들, 그런 벽을 허물어서 주류 사회에 들어가서 노력해야 된다라는 것, 그런 게 쉽지는 않죠.]

꿈에 그리던 법대에 진학한 재현 씨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서류 작업만 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실제 공판에 참여하는 검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동안 호주에서 검사나 판사로 성공한 한국인이 없었다는 것이 재현 씨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 재현 씨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박재현 / 시드니 첫 한인 검사 : (뉴사우스웨일즈주 경찰청에서) 법대를 졸업한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최소한의 경찰로서 의무를 시키고 바로 경찰 검사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 프로그램의 1기에 제가 들어갈 수 있었던 거에요.]

한국인 특유의 끈기를 발휘해 잠까지 줄여가면서 공부한 끝에 뉴사우스웨일즈주의 경찰 검사 타이틀을 한인 1호로 따낸 재현 씨.

이제 호주에서 재현 씨를 뒤따라 검사가 된 동포는 6명에 이른다.

[박재현 / 시드니 첫 한인 검사 :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어떤 식으로든 제 커리어를 발전시켜서 법조계에서 호주 주류 사회의 리더로서 차세대 한인들도 이끌어줄 수 있는 디딤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아직 호주에 동양인 판사는 없다.

재현 씨가 지금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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