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간호사 50년…'다시 만난 날'

'파독 간호사 50년…'다시 만난 날'

2016.03.05. 오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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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60~70년대 꽃다운 나이에 독일에 건너간 파독 간호사들.

이제는 모두 모두 정년퇴직을 한 팔순의 할머니가 됐죠.

간호사들의 독일 도착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시에서 파독 간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마련했는데요.

김운경 리포터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앳된 여성들.

1966년 1월 31일,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처음으로 독일 땅을 밟는 순간입니다.

당시 독일에서 귀빈들만 영접하는 프랑크푸르트 시청 황제홀에서 애국가를 부른 파독 간호사들.

그로부터 50년 후, 독일 정부의 초청으로 같은 장소에서 파독 간호사들이 다시 만났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독일에 건너와 각자의 자리를 지키다 이제는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으로 재회한 파독 간호사들은 반가움에 눈물을 흘립니다.

[김향숙 / 파독 간호사 2진 : 너무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나려고 해요. 정말입니다.]

[백성자 / 파독 간호사 2진 : 우리가 해외에 나와서도 50년이 되도록 건강하게 잘 지내니까 너무 감사합니다.]

1966년 시작된 우리 간호사들의 독일행은 10년간 만여 명까지 이어집니다.

물설고 낯선 타향에서 고국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쳤던 지난 50년.

파독 간호사들은 빛바랜 사진을 바라보며 지나간 젊은 날의 추억을 돌이켜봅니다.

[이숙자 / 파독 간호사 2진 : (당직 근무할 때) 밤에 전화가 울리잖아요. 그럼 제일 겁이 나는 게 전화 울리는 거…. 왜냐하면 혹시 내가 못 알아 들을까봐. 나 혼자밖에 없는데….]

50년 전 우리 간호사들의 독일 취업을 주선한 이수길 박사도 참가해 파독 간호사들을 만났습니다.

1960년대 독일 병원에서 근무하던 이수길 박사는 당시 독일 병원 10여 곳에 '한국 간호사 고용 요청' 편지를 보내고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간호사들의 독일 취업을 성사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이수길 / 90세·1960년대 마인츠대학병원 소아과 근무 : 그때의 간호사들의 이름도 다 알고 있고, 얼굴도 다 알고 있고…. 여권 수속을 내가 해줬으니까요. 그러니 그 사람들이 다시 50년 후에 다시 만난다는 것은 저한테도 영광이고…]

[볼트 슈텔터 / 프랑크프루트 훽스트 병원장 : 한국인 간호사들이 우리를 구해준 셈입니다. 한국인 간호사들은 뛰어나게 일을 잘했습니다. 근면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었으며 언제나 일할 준비가 되어있었죠.]

이제 대부분의 파독 간호사들은 정년퇴직을 하고 마지막 세대 몇 명만이 현업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겨웠던 시절, 인내와 희생으로 조국 근대화의 밑거름이 된 '백의의 천사'들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겁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YTN 월드 김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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