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변호사에서 코미디언 된 김기윤 씨

[청춘 세계로 가다] 변호사에서 코미디언 된 김기윤 씨

2016.01.09. 오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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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에 남자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고 행복해하는 여성.

그런데, 알고 보니 이별 통보.

초콜릿을 먹듯이 남자친구를 산산조각 내고 싶다는 여성의 아픈 감정을 담은 노래다.

슬픈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노랫말과 멜로디, 유쾌한 연기와 춤은 모두 코미디언 김기윤 씨가 기획한 것이다.

[김기윤 / 코미디언 : 안녕하세요? 저는 파리에서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기윤입니다.]

파리의 한 공연장에서 기윤 씨의 연극 공연이 한창이다.

어린 시절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수많은 오해와 편견, 그리고 성악가였던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자신의 삶을 재미나게 풀어낸 자전적 연극이다.

웃긴 몸짓이나 표정을 짓는 것도 아닌데, 오롯이 기윤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만 듣고도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

[조에 호와이요 / 관객 : 기윤은 다재다능해요. 부드러운 감정연기, 그녀의 삶처럼 전진해나가는 강한 여성의 면모 등 많은 것을 표현해낼 수 있죠. 개성 넘치는 코미디언이에요.]

사실 기윤 씨는 몇 년 전까지 프랑스에서 촉망받는 변호사였다.

손꼽히는 명문 학교에서 법 공부를 해 10년 만에 변호사가 된 기윤 씨는, 최고의 논쟁을 펼친 변호사를 뽑는 토론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그 실력도 남부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스위스에서 열린 한 코미디 축제에 참가해 '신인 코미디언' 상을 받았다.

남을 웃기는 일이 그렇게 행복한 것인지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다.

[김기윤 / 코미디언 : 그때 (코미디 대회에) 나가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웃기게 했어요. 근데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았어요. 그래서 그게 직업이 됐으면 좋겠다….]

변호사를 그만두고, 미래가 불투명한 코미디언이 된다고 했을 때 엄마 명숙 씨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단다.

어려서부터 카메라 앞에 서길 좋아했다는 딸, 변호사를 그만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기윤 씨의 영원한 팬이 되기로 했다.

[이명숙 / 김기윤 씨 엄마 : 본인 자체가 어디에 행복을 두느냐…. 우리가 볼 때는 사람 웃기는 일처럼 힘든 게 없어요. 그래서 본인이 직업을 바꿨으니까 나는 혼자 이해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어요.]

동양 출신의 촉망받는 변호사에서 이제는 코미디언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기윤 씨에게 프랑스 언론도 뜨거운 응원을 해주고 있다.

[김기윤 / 코미디언 : 제 쇼를 사람들이 점점 많이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와서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목적이에요. 사람들이 웃어줘서 즐거워서 저도 웃어요. 제가 하는 말이 웃겨서 웃는 게 아니고요. 당연히….]

그녀가 전파하는 '웃음 바이러스'가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그날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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