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북한 이산가족 이야기

독일-북한 이산가족 이야기

2015.08.29. 오전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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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옛 동독에 유학 온 북한 남자와 결혼했다가 47년을 생이별한 '레나테 홍' 할머니의 사연은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런 이산의 아픔을 가진 옛 동독 여성과 북한 남성의 가정이 수십 쌍이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동포 영화감독 조성형 씨가 이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 담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김운경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대학생이던 레나테 씨는 동독에 온 북한 유학생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립니다.

두 아들을 낳고 행복한 시절도 잠시, 남편이 갑자기 귀국 명령을 받고 돌아가고 중국과 소련의 외교분쟁으로 레나테씨가 북한에 갈 길도 막혀 버립니다.

2008년 북한을 방문해 남편 홍옥근 씨와 재회할 때까지 무려 47년이 걸렸습니다.

[레나테 홍, 영화 주인공]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완성된 영화를 보니 여러 장면에서 또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떨칠 수 없었어요."

동포 감독 조성형 씨는 '사랑, 약혼, 그리고 이별'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 레나테 씨를 포함한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냉전 시대, 같은 진영 내의 대립으로 이산가족이 돼 고통 속에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요한나 가세, 관객]
"당사자들과 개인적으로 관계가 없고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는 정치적인 힘을 가진 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서로 전혀 모르고 살아오던 북한-독일 이산가족들은 레나테 씨의 사연이 언론에 알려진 뒤부터 모임을 갖게 됐습니다.

각자의 사연을 나누면서 위로를 받고 성인이 된 아이들이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성형 감독은 무려 6년 동안 이들을 차분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조성형,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영화에 나온) 이분들도 이산가족의 아픔을 평생 가지고 사셨던 분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국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고 또 이분들 생애에서 한국 사람이 뭔가 좋은 일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해서..."

북한 유학생 가운데 몇 명이 현지인과 가정을 꾸렸고 그 이산가족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재까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영화는 현지인들도 잘 몰랐던 아픈 역사의 단면을 전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14일 동안 독일 전역에서 순회 상영됐습니다.

예나에서 YTN 월드 김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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