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영화로 뿌리 찾기"…입양인 감독 파울 리흐터르

[청춘, 세계로 가다!] "영화로 뿌리 찾기"…입양인 감독 파울 리흐터르

2015.06.20. 오전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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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재빠른 발놀림에 어린 딸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좁은 응접실이 축구장 만큼 넓어보일 나이다.

딸에게 아빠는, 산 처럼 큰 남자다.

사랑이와 유지.

아빠는 두 딸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줬다.

한켠에서 오래된 사진을 발견한 큰딸 사랑이.

사진 속 앞니 빠진 검은 머리 소년은 한인 입양인 출신 아빠의 어릴 적 모습이다.

[파울 리흐터르, 영화감독 겸 제작자]
"제가 3, 4살 때쯤 네덜란드로 입양됐어요. 한국에서의 과거는 불분명해요.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한국에서 한번 입양됐다 파양됐다는 사실이죠."

집에서는 평범한 아빠지만 사실 파울 씨는 네덜란드 연예계의 유명 인사다.

20대 초 연극배우를 시작으로 방송 진행자와 영화배우, 구성작가, 프로듀서까지 다방면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했다.

[나탈리, 암스테르담 시민]
"네덜란드에서 상당히 유명한 한국계 입양인 가운데 한 사람이죠. 배우, 방송 진행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파울 씨는 10년 전부터 영화감독 겸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단편 영화 속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흔을 바라보게 되면서 더욱더 깊어지는 모국과 뿌리에 대한 궁금증이 그가 만든 14편의 작품에 녹아 있다.

[마를라인, 비혼 배우자]
"제 생각에 파울은 과거에 대해 스스로 찾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자신의 출생지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르죠.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인생에 있어 해결하지 못한 문제로 남을 것입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에 방영된 2004년작 단편 '달콤한 토마토' 역시 파울 씨 자신의 이야기다.

다섯 살 남자 아이 '민구'가 기억 속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양부모가 토마토라고 설명해준 과일이 사실은 감이었다는 것.

민구가 애타게 그리워했던 것은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었던 '홍시'의 맛이었다는 것을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파울 리흐터르, 영화감독 겸 제작자]
"한국에 있을 때는 서양인처럼 느껴지고 여기 있을 때는 한국인처럼 느껴져요. 두 개의 나라와 문화 사이에 제가 존재하고 있는 거죠. 오히려 신선하고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파울 씨는 6개월 전 신작 '코'의 마무리와 홍보를 위해 독립 제작사를 차렸다.

실수로 만든 향수의 향이 너무 좋아서 그 원재료를 다시 추적해가는 조향사의 이야기다.

뿌리찾기에서 시작된 파울 씨의 영화 작업이 하나씩 예술작품으로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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