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피아노로 자폐증 극복…연주자 박세준 씨

[청춘, 세계로 가다!] 피아노로 자폐증 극복…연주자 박세준 씨

2015.05.30. 오전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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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피아노를 친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비애가 느껴지는 쇼팽의 곡이다.

늠름한 외모에 섬세한 연주까지, 남 부러울 데가 없어 보이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아들이 안쓰럽니다.

뉴질랜드 동포인 피아니스트 박세준 씨는 자폐증세를 갖고 태어났다.

올해 스물두살이지만 뇌에 장애가 있어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 소통능력은 12살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음악에만은 천재성을 보였고 특히 피아노를 좋아했다.

요즘은 경력있는 연주자들도 어렵다는 쇼팽과 베토벤의 독주곡을 전부 악보없이 연주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박세준, 동포 피아니스트]
"(피아노) 좋아요. 베토벤하고 쇼팽이요."

지난 2002년 세준 씨 부모는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을 찾아주기 위해 뉴질랜드로 건너왔다.

아홉 살 아들에게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권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하지만 처음엔 건반 앞에 앉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한미숙, 박세준 씨 어머니]
"지금은 자기가 숙달되고 연습하는 거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잘 하는데 어릴 때는 좀 힘든 면도 많고 극복해야 될 부분들이 많은데 그것을 이끌어주는 게 조금 힘들었죠."

세준 씨가 피아노에 몰입한 것은 스승인 헬렌 박 씨를 만나면서부터다.

박 씨가 본 어린 세준 씨는 의사소통은 조금 부족해도 리듬감을 타고난 아이였다.

또 악보를 해석하고 통째로 외워버리는 능력이 탁월했다.

재능을 잘 이끌어주자 3시간 넘게 연습해도 괜찮을 만큼 피아노에 푹 빠지게 됐다.

[헬렌 박, 박세준 씨 피아노 스승]
"피아노라는 악기는 아무리 머릿속으로 아이가 천재성을 가지고 있어도 연습을 해야 되거든요. 충분히 하루 종일 연습을 해야 되고. 세준이는 특히 자기가 연습하는 것을 좋아하고."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자 주변에서도 세준 씨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오클랜드에서 제일 규모가 큰 노스 쇼어 콩쿠르에서 쇼팽의 에뛰드를 연주해 10여 명 가운데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11년에는 같은 콩쿠르에서 베토벤의 비창을 연주해 소나타 전 악장 리사이틀 3등, 솔로 자유곡에서 2등에 올랐다.

[박세준, 동포 피아니스트]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세준 씨는 5년 전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바로 현지 성당에서 피아노 반주 봉사를 하는 것이다.

혼자서 연주하는 피아노에서 한발 나아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해야 한다.

[레이윈 래쉬, 성가대 독창자]
"세준 씨의 연주는 섬세합니다. 그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아주 좋아요."

세준 씨는 좋아하는 피아노를 통해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도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다.

[한미숙, 박세준 씨 어머니]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때 장애를 갖고 있으니까 항상 도움을 받아야 되는 아이잖아요. 그런데 성당에 가서 자기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봉사를 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좋아요.)"

오랜 수련을 마친 세준 씨는 올해 8월에 첫 독주회 계획을 잡았다.

장애를 딛고 세상으로 나온 세준 씨의 힘찬 비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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