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파독의 꿈'

아물지 않은 '파독의 꿈'

2015.01.11. 오전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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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0여 년 전 독일에 간 광부와 간호사의 치열한 삶을 그린 영화가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영화 속 이야기처럼 먼 이국 땅에서 일하다 부상을 입고 지금도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는 동포들이 많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김운경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72살 김태수 씨는 지난 1977년, 광부가 된 지 삼년 만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석탄을 옮기던 수레에 발이 끼어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잘라냈습니다.

[인터뷰:김태수, 파독 광부]
"다리를 그렇게 다쳤는데 (의사가) 엑스레이를 안 찍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가서... (아버님이) 먼저 몸 건강만 챙겨라… 부모님한테 또 한번 불효를..."

78살 홍윤표 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다 지난 1997년 암모니아 가스 누출 사고로 1급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홍 씨는 사고를 당한 뒤로는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얻지 못했습니다.

[인터뷰:홍윤표, 파독 광부]
"(당시에) 먹지를 못하니까 40kg도 안됐어요. 그래서 엉금엉금 기어가서... 땅을 때리면서 내가 왜 죽어야 하느냐."

홍 씨처럼 독일에서 일을 하다 장애인이 된 동포는 500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독일어 소통이 부족한데다 현지 법 체계를 잘 몰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고를 당하고도 장애 등급이 인정안돼 연금을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홍윤표, 파독 광부]
"(연금 지급 소송을 했는데 판사가) '당신이 여기 와서 일해서 사고가 났다는데 그 사고는 작은 사고였다. 장애 등급 1급을 받은 것도 100%라고 인정할 수 없다.' 말이 안 되는 거죠."

이렇다보니 장애인 동포들의 생활은 힘들고 고단합니다.

대부분 독일 정부가 주는 월 90만원 정도의 연금에 의지해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공남표, 재독 장애인 협회 회장]
"우리가 떨어져 살다 보니까 장애인들이 다닐 수가 없습니다. 모임도 못 갖고 돈도 없고 그러니까 부르는 데는 많아도 돈이 없으면 못 가고..."

50년 전, 가난의 굴레를 벗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낯선 땅 독일로 건너간 파독 동포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의 꿈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YTN 월드 김운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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