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의 휴식처…정원농장 '가르텐'

도시민의 휴식처…정원농장 '가르텐'

2014.06.07. 오전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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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들과 함께 텃밭을 일구는 주말농장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요.

독일에서는 '가르텐'이라는 이름의 정원 농장이 활성화 돼 일상에 지친 도시인의 삶에 신선한 활력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김운경 리포터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운경 리포터!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정원 농장을 다녀오셨다면서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 곳을 찾나요?

[기자]

프랑크푸르트 니더라트 라는 사무실 밀집 지역 뒤 편에 조성된 가르텐 단지를 다녀왔는데요.

10층 빌딩에서 내려다 본 가르텐 단지는 300여 개 농장들이 질서 정연하게 조성돼 있었습니다.

또 프랑크푸르트 국제박람회장 부근에 있는 가르텐 단지도 다녀왔는데요.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자연친화적인 정원농장들이 잘 조성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0대부터 60대 이상의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농장을 가꾸고 있었는데요.

노년층은 대부분 정년퇴직을 한 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건강을 지키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정원농장을 가꾼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위르겐 룀링, 가르텐 회원 (68세)]
"가르텐에 매일 옵니다. 하루에 6~7시간 정도, 더 있다 가기도 하고, 일찍 가기도 하고 그러지요. 내가 신선한 공기 속에 있다는 것,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죠."

[인터뷰:하이디 메츠, 가르텐 회원 (53세)]
"20년 이상 가르텐을 가꾸고 있어요.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농장을 가꾸게 됐죠. 대도시에 살던 아이들은 이제 자연과 많이 친해졌어요."

[앵커]

아무래도 공통된 관심사가 있으니까 농장 이용자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농장 이용자들끼리 오다가다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하고 함께 축제를 열기도 하는데요.

마침 제가 다녀온 가르텐 단지에서도 흥겨운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농장 이용자들은 함께 어울려 대화를 나누고 소시지를 구워 맥주를 마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이 날 축제에서 동포 무용수 조성랑, 오미화 씨가 한국 무용과 부채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농장 이용자들은 낯설지만 흥겨운 한국 전통 음악에 취해 축제를 즐겼습니다.

동포 가르텐 회원들은 군만두와 잡채 등 한국 음식을 만들어와서 독일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이광우, 동포 가르텐 회원]
"손자들을 위해서. (가르텐을) 얻어 놓으면 저렇게 아기들 데리고 나와서 하루를 보내고, 주말을 보내고, 또 교재도 나누고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더군요."

[인터뷰:김국환, 동포 가르텐 회원]
"신선한 채소를 먹어서 좋습니다. 가르텐에 나와서 가르텐을 엎어서 씨를 뿌리고 풀을 메고 그래서 건강에 좋습니다."

[앵커]

'가르텐'이라면 우리 말로 '정원'이라는 뜻 아닌가요?

한국의 주말농장과 운영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요?

[기자]

독일 전국에 조성된 '가르텐'은 백만 개.

이용자 수도 5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단지를 분양받고 정해진 이용료만 내면 누구나 가르텐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 5천 유로, 우리 돈 700만 원을 내면 시 소유의 가르텐 단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데요.

가르텐을 분양받은 뒤에는 연회비와 토지세, 전기세 등 1년에 약 250유로, 우리 돈으로 35만 원 정도를 가르텐 협회에 내면 됩니다.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들보다 주로 도심 지역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가르텐 회원이 되는 경우가 많고요.

분양받은 정원에 작은 오두막이나 통나무집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주말농장은 대체로 농작물을 키우는 게 목적인데 비해 독일 가르텐은 자연 속에서 정원을 가꾸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게 더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국에서는 최근 캠핑이 인기를 모으면서 관련 산업도 급성장했는데요.

독일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캠핑과 마찬가지로 농장을 가꾸는 데도 다양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삽과 쇠스랑 같은 농기구뿐만 아니라 잔디 깎는 기계와 밭을 가는 기계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요.

때문에 가르텐 관련 산업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독일 전국에는 가르텐 용품을 파는 크고 작은 유통 업체들이 많은데요.

전국에 350여 개의 체인점을 둔 한 가르텐 용품 업체는 연 매출이 우리 돈으로 3조 6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독일 사람들은 환경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자연과 벗하는 것이 삶의 일부로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독일은 예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는데요.

가르텐 이용에도 여러 가지 규정이 있습니다.

먼저 토지오염을 막기 위해 농장 이용자들은 잡초를 제거하는 데 쓰는 '제초제'를 절대 사용할 수 없는데요.

대신 잡초를 자르는 도구를 쓰거나 불로 태우는 방법으로 농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공구 사용을 막고 있습니다.

기계 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데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이렇게 자연이 주는 치유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법이 잘 제정돼있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로버트 길레쎈, 가르텐 협회장]
"독일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법률도 아주 많지요. 우리는 잡초나 해충을 죽이기 위해 유독물질을 절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두들 가르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앵커]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인데요.

바쁜 도시 생활에서도 독일인들의 삶에 여유가 느껴지는 것은 자연이 주는 치유와 행복 때문이 아닐까요?

김운경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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