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왕의 시대…첫 '왕의 날'

새로운 국왕의 시대…첫 '왕의 날'

2014.05.24.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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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덜란드는 살아있는 왕과 왕비를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한 곳입니다.

지난해 120여 년간 이어진 여왕의 시대를 마감하고 40대 국왕이 즉위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민주주의 사회에 왕실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젊은 국왕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기대도 크다고 합니다.

네덜란드로 가 보시죠. 장혜경 리포터!

얼마 전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생일을 맞았죠?

전국적으로 축제가 열렸다는데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덜란드에서는 해마다 왕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축제 '왕의 날' 행사가 열립니다.

이 날은 도심 곳곳의 교통이 통제되고, 다양한 공연과 문화 행사가 거리를 가득 채우게 되는데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 색의 물결 속에 사람들은 도심 속의 자유를 만끽합니다.

[인터뷰:리아·헤르트, 암스테르담 시민]
"국왕의 날이 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집니다. 저도 그렇지만 모두 오렌지색 옷을 입고 즐기고 함께 어울리는 정말 행복한 날이에요."

올해 즉위 1주년을 맞은 알렉산더르 국왕은 직접 거리로 나왔습니다.

자신의 세 딸과 함께 암스테르담 남쪽 암스텔페인 시를 방문했는데요.

국왕은 이 곳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앵커]

국왕이 격의없이 시민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이번 행사에는 우리 동포들도 참가했다고요?

[기자]

지난 17세기 제주도에 표류한 뒤 귀화한 네덜란드인 박연의 고향, 더 레이프 지역에 동포들이 모였습니다.

동포들은 박연과 한국 역사를 소개하는 공연을 준비해 국왕과 만났는데요.

비빔밥과 약식 등을 직접 만들어 한국 음식 알리기에도 앞장섰습니다.

[인터뷰:호흔도른, '박연' 역할 참가자]
"이곳은 한국에서 '박연'으로 잘 알려진 얀 벨테브레의 고향이고, 네덜란드와 한국 교류를 위해 (이 행사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 각국 이민사회에서 마련한 공연도 펼쳐졌습니다.

'왕의 날' 행사는 이렇게 네덜란드 사회 속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만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앵커]

네덜란드 왕실은 16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요.

왕을 위한 전국민적인 축제가 언제부터 시작된 겁니까?

[기자]

축제의 시작은 1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네덜란드 역사상 첫 여왕으로 즉위한 빌헬미나 여왕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당시에는 8월에 열렸다고 합니다.

그 뒤 딸인 율리아나 여왕과 손녀인 베아트릭스 전 여왕 시절을 거치면서 봄으로 앞당겨졌습니다.

명칭도 '여왕의 날'이었지만 120여 년만에 남성이 국왕에 즉위하면서 '왕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현 국왕의 재임 기간이 끝나면 다시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왕위는 국왕의 장녀인 10살 카탈리나-아밀리아 공주가 계승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영국도 그렇습니다만 네덜란드 왕실도 상징적인 존재 아닙니까?

요즘같은 불경기에 왕실에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데 반대하는 여론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덜란드 왕실은 해마다 약 4천만 유로, 약 560억 원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국왕의 연봉이 약 83만 유로, 약 12억 원 정도인데요.

연봉 액수를 비교하면 미국 대통령의 2배, 네덜란드 총리의 5배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국왕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받는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정치 단체인 '신공화협회'는 국왕 봉급 삭감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알렉산더르 국왕은 지난해 즉위식 비용을 700만 유로에서 500만 유로로 대폭 깎았습니다.

[인터뷰:안토인 페이털스, RTL 뉴스 왕가 전문 아나운서]
"과연 국왕의 존재가 현재에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은 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제인 나라에서도 들어가는 비용과 공간은 특별히 다를 것이 없고, 어떤 것이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늘 논의되고 있는 사항입니다."

[앵커]

중요한 것은 왕실이 국민들로부터 그 권위를 존중받을만한 사회적 기여를 얼마나 하느냐 아닐까요?

네덜란드 국민들은 왕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덜란드 왕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왕이 내각 구성과 정책 결정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의회에서 왕정분리를 결정하면서 국정에 관여하지 않게 됐는데요.

대신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사절로서 대외 활동과 함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왕실에 대한 국민 여론은 대체로 호의적입니다.

한 여론조사 결과 현 국왕에 대한 신뢰도는 2년 전보다 20%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왕의 부인인 아르헨티나 출신 막시마 여왕 역시 소탈한 성품과 외교 능력을 겸비해 사랑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아이런 밀레느, 민영 방송사 리포터]
"젊고 멋진 두 사람(국왕 부부)이 네덜란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대단한 행복입니다. 외교적으로도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이 시대에 맞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권위는 상대에게 존중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말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겠죠?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젊은 국왕의 모습,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앵커]

장혜경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암스테르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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