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군대 가라고요?"…이스라엘 정통 유대인 반발

"우리도 군대 가라고요?"…이스라엘 정통 유대인 반발

2014.05.03. 오전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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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이스라엘 사회가 병역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교리 연구 등의 명분으로 병역을 면제받아 온 초정통 유대교인도 입대해야 한다는 법안이 얼마 전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인데요.

이스라엘의 정신적 뿌리인 유대교의 사회적 역할과 평등한 병역 의무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강하나 리포터!

먼저 법안 내용부터 좀 살펴보죠.

초정통 유대교인들이 언제부터 입대를 해야 하는 겁니까?

[기자]

이스라엘 국회는 초정통 유대교인을 징집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초정통 유대교인 5,200명을 입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18세부터 22세까지의 징집 대상자 가운데 지원자를 우선 입대시키고, 지원이 저조할 경우 강제 징집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하레디'라고 불리는 초정통 유대교인들은 종교 활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65년간 병역을 면제받아 왔는데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서 일반 남성과 같은 3년 병역 의무를 지게 됐습니다.

[앵커]

대규모 반대 시위가 곳곳에서 열렸다고 하는데요.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이스라엘의 초정통 유대교 사회는 이번 법안 통과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30만 명에 이르는 교인과 신학생이 예루살렘 시내에 모여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고요.

시위는 예루살렘 뿐 아니라 미국 뉴욕까지 이어졌습니다.

[인터뷰:쉬카, 징집안 반대]
"초정통 유대인들은 토라(유대교 경전)을 배우는 게 그들의 일입니다. 유대인의 역사는 토라를 배움으로써 유대인 사회를 지켜왔다고 가르치고 있잖아요."

[인터뷰:라파엘, 징집안 반대]
"군대에서는 많은 일들이 생기는데요. 그런 일들이 종교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거든요."

시위는 지금은 소강상태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하지만 초정통 유대교 지도자들은 단 한 명도 입대시키지 않겠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회 대변인인 유리 에델스타인 의원은 평등한 의무를 강조한 결과가 극심한 국론 분열로 이어진다면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65년 동안 이어져 온 병역 면제를 철폐하기로 한데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그동안 어떤 논의를 거쳐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건가요?

[기자]

지난 2012년 2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초정통 유대교인에 대한 병역 면제가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 이후 징집법 처리가 속도를 내게 된 것인데요.

초정통 유대교인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여론은 수 년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젊은이 가운데 징집 대상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죠.

건국 초기 극소수였던 정통 유대교인들은 정부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며 생활해 왔는데요.

그 결과 현재 전체 인구의 10%인 8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더이상 보호가 필요한 소수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슈키, 징집안 찬성]
"다른 사람들처럼 그들도 군대에 가야죠. 우리 아이들도 가는데요."

[인터뷰:바로흐, 징집안 찬성]
"그들은 이스라엘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토라(유대교 경전)만 공부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은 전혀 모르지요."

[앵커]

이스라엘은 유대교 전통이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습니까?

병역법 논란을 보면 종교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이스라엘은 인구의 76%가 유대교인입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교인이 모여 독립 국가를 건설한 데는 종교의 힘이 대단히 컸는데요.

유대교가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만큼 권위를 존중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통 유대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이들은 영어나 수학 등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은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취업이 어려워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병역 면제와 정부 지원금 등 각종 혜택은 누리면서 이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별로 없다는 불만이 국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논란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기자]

이번 병역법 국회 표결은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국회의원 120명 가운데 50여 명이 불참해 찬성 67대 반대 1로 끝났는데요.

여야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둘러싸고 논쟁이 확산될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각종 미디어를 통해 국민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스라엘 정부는 정통 유대교의 반발을 고려해 당장 강제 조치에 들어가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또 정통 유대교 젊은이 2만 8천여 명에게 병역 의무를 사회 봉사와 직업 교육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가했습니다.

[인터뷰:키미 카플란, 바르 일란대 교수]
"20년 동안 달라진 것을 보는데요. 하레디와 그 외의 사람들 양쪽 다 변했어요. (정치계와 종교계가) 미래를 위한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앵커]

병역 문제는 한국에서나 이스라엘에서나 '뜨거운 감자'인 것 같네요.

양분된 국민 여론이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갈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강하나 리포터,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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