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도 '삶의 조건' - 네덜란드

휴식도 '삶의 조건' - 네덜란드

2014.01.25. 오전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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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휴일을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우리 나라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여가를 보낸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올해부터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휴가가 늘어나는 만큼 여가 생활의 '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일하는 시간은 짧으면서도 생산성이 높은 네덜란드는 휴식의 가치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데요.

네덜란드 현지를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장혜경 리포터!

먼저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 해 휴가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네덜란드 근로자들은 한 해 20일의 유급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주말을 포함하면 한 달을 쉴 수 있는 셈인데요.

대부분 4월 말부터 9월 말 사이에 휴가를 사용합니다.

직장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보통 한 달을 붙여 쓰는 경우가 많고요.

사정이 있을 경우 2주 정도씩 나눠 쓰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연차 휴가가 보장돼 있지만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약 7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네덜란드의 경우는 대부분의 근로자가 유급 휴가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휴가를 간다고 하면, 흔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텐데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여행을 얼마나 많이 하는 편인가요?

[기자]

네덜란드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로 꼽힙니다.

한 연구 기관에서 네덜란드 국민의 연간 여행 시간을 환산해 하루 평균을 내봤는데요.

하루 1시간 31분을 여행에 쓰는 것으로 나타나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1인당 사용하는 여행 경비는 평균 930유로, 약 134만 원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찾아가 본 랑흔베르흐씨 가족은 지난해 스페인을 여행했는데요.

올 여름에는 국내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벤자민 랑흔베르흐, 암스테르담 시민]
"연봉의 8%는 아낌없이 휴가비로 쓰고 있어요. 4주간 연달아 쉴 생각인데 2주는 집에서 쉬고 2주는 휴가를 가려고 해요."

물론 네덜란드 사람들도 여가의 상당 부분을 TV 등을 보며 소일하지만 그 비중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요.

여행이나 운동 뿐 아니라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앵커]

한국도 국내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내년부터 휴가비 보조 정책을 도입할 계획인데요.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으면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덜란드 관광 산업의 규모를 잘 보여주는 것이 매년 열리는 '관광 박람회'입니다.

제가 얼마 전 취재를 다녀왔는데요.

박람회장에는 해외 여행 상품 뿐 아니라 아웃도어 용품 등 여행 관련 업체 1,400여 곳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습니다.

올해 이 곳을 다녀간 관람객은 약 1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인터뷰:마리안 클라우저, 관람객]
"그저 자연 속에서 생각을 비우고 쉬면서 기본적인 것만 충족되면 즐거운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호흔베르흐 데르크슨, 관광박람회 조직위]
"요팅, 세일링 등 해양 스포츠 휴가와 더불어 가족 단위 휴가를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특별한 것은 실제 캠핑장을 재현한 캠핑 휴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노동 시간이 가장 긴 나라 군에 포함돼 있지만정작 생산성은 낮아 우리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네덜란드와 비교해 보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기자]

네덜란드의 경우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평균 노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입니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노동 시간과 생산성을 비교해 봤는데요.

한국은 지난해 1인당 2163시간을 일한 것으로 나타났고, 네덜란드는 한국인의 63% 수준인 1384시간을 일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를 전체 노동 시간으로 나눈 노동 생산성은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네덜란드 노동자가 시간당 60.2달러를 벌어들인 반면, 한국 노동자는 네덜란드의 절반 수준인 28.9달러에 머물렀습니다.

산업 구조의 차이도 있지만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일에 대한 개념이나 인식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단순한 생산성을 넘어서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쉰다는 것'은 '삶의 조건 중 하나'라는 인식이 네덜란드 사회에는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휴식의 이유가 일터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를 중시하는데요.

이런 경험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여가를 통해 배우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신디 판 헬데르, 저널리스트]
"멋진 휴가를 보낸다는 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무척 중요합니다. 재충전을 해서 다시 일터에 나가 일을 하며 다음 휴가를 준비하는 것이 사람들의 즐거움이죠. 휴가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앵커]

신나게 일하고 신나게 쉬는, 그 과정에서 생산성도 올라가는 선순환이 올해 우리 경제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장혜경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네덜란드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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