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50주기…주목받는 '케네디 리더십' [김길수, 댈러스 특파원]

암살 50주기…주목받는 '케네디 리더십' [김길수, 댈러스 특파원]

2013.11.30. 오전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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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삶의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올랐다 허무하게 스러진 비운의 주인공들을 대중은 쉽게 잊지 못하죠.

50년 전 11월 22일 암살범의 총탄에 숨진 젊은 대통령 케네디가 미국인들에게는 그런 인물일 겁니다.

최근 각종 정치 상황과 맞물려 케네디에 대한 미국인들의 추모 열기가 이례적으로 뜨거웠다는데요.

김길수 리포터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길수 리포터!

지난 22일이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된 날이었는데요.

현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지난 주는 미국 모든 언론이 케네디의 얼굴로 장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요.

CNN이 케네디의 업적을 담은 10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등 각 언론 매체의 특집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이 뿐 아니라 케네디의 삶과 암살 사건을 다룬 책 수십 종이 올 가을 쏟아져 나왔고 영화도 개봉됐습니다.

생전에도, 그리고 사후까지 화제를 몰고 다녔던 그의 인기를 감안하면 납득이 가는 대목입니다.

[앵커]

케네디가 암살범 오스왈드에게 저격당한 장소가 댈러스였는데요.

당시 사건 현장을 보존한 박물관에 추모 인파가 몰렸다면서요?

[기자]

댈러스 중심가 '딜리 플라자'에는 국정교과서 보관 창고로 쓰였던 건물이 있는데요.

암살범 오스왈드는 이 건물 6층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고 있던 케네디 전 대통령을 저격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의 하나인 암살 사건 현장은 지금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있는데요.

제가 박물관에 직접 가 보니 암살 50주기를 맞아 평소보다 3~4배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인터뷰:타미노윈 가족, 루이지애나 주]
"케네디 전 대통령은 앞서가는 감각과 사고로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평화와 인권,평등을 주창한 것이 가장 훌륭한 업적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제프 프랭클린, 텍사스 주]
"저는 역사교사여서 케네디 전 대통령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직접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앵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 케네디가 얼마 전 주일 미국 대사로 부임해 화제가 됐는데요.

케네디 가문 사람들이 현실 정치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네요?

[기자]

변호사이자 작가인 캐롤라인 씨는 2년 전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 선거대책본부 공동의장으로 활약해 정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캐롤라인이 일왕을 만나러 가는 모습을 NHK 방송이 생중계 하는 등 일본도 이례적으로 환대했죠.

주일 대사가 갖는 역할과 의미가 큰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케네디 가문은 지금까지 대통령 뿐 아니라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4명, 장관 1명을 배출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는 케네디 가문을 220여 년 미국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3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케네디는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기자]

케네디는 8년간 집권한 공화당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했습니다.

당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불어닥친 '매카시즘' 등 이념 전쟁과 흑백 갈등으로 미국이 홍역을 치르던 시기였는데요.

역대 최연소로 취임한 43살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 복지를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내걸었습니다.

케네디는 흑인 차별을 없애기 위한 포괄적 민권법안을 제안했고요.

외교 면에서도 쿠바 미사일 위기 등 소련과의 대립에서 물러서지 않는 단호함을 보이기도 했죠.

자신감 넘치는 젊은 대통령의 모습은 당시의 무거웠던 시대적 공기를 걷어내고 미국인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심어줬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로버트 그로든, 케네디 전기 작가]
"케네디의 뉴 프론티어 정신은 모든 사람들의 평화와 도전과 번영의 신세계를 향한 것이었습니다.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세계와 공유하려 했죠."

[앵커]

지금의 미국 사회 역시 이념 갈등과 빈부 격차 등 많은 사회 문제를 안고 있는데요.

지금의 미국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케네디 신화'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아닐까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 재선 이후 여야 관계는 계속 삐걱댔습니다.

지난달에는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늘리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결과 16일간 정부 업무가 일부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화 노력은 눈에 띄지 않고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서로 날선 비난과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국민들은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며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퉈 케네디 추모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것에 대해 그의 높은 인기를 이용하려는 행태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앵커]

자유와 인권, 복지.

케네디가 지향했던 가치들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과제로 남아있는데요.

자신의 꿈이 꽃피는 것을 보기도 전에 너무 일찍 떠나간 케네디를 그래서 미국인들은 그렇게 그리워하나 봅니다.

김길수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댈러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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