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황금 사냥…시골마을 '들썩'

나치 황금 사냥…시골마을 '들썩'

2013.10.17. 오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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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나치 지역 곳곳에 히틀러의 막대한 금괴와 보석이 숨겨져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독일에는 이런 소문이 떠돌고 있는데요,

얼마전에는 독일의 한 시골 마을이 나치의 금괴가 숨겨진 장소로 지목되면서 보물찾기 소동으로- 떠들석했다고 합니다.

김운경 리포터와 함께 이번 소동의 배경은 무엇이고, 또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운경 리포터!

[앵커]

조용했던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던데요.

히틀러의 금괴와 보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어딘가요?

[기자]

화제를 모은 곳은 오스트리아와 맞닿은 독일 남부 산간마을 미텐발틉니다.

인구 8천여 명에, 해발 900미터, 자연 그대로가 살아 있는 알프스 마을인데요.

이 조용한 마을에 지난달 땅을 파헤치는 기계 소음이 마을 전체에 울리면서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네덜란드의 영화 연출자이자 음악가인 레온 기센 씨가 이곳을 나치의 막대한 보물이 숨겨진 장소로 지목했기 때문인데요.

기센 씨가 파헤친 3곳 가운데 한 곳에서 금속성 물질이 묻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제가 현장에 가보니 지금은 잠시 작업을 멈춘 상태였는데요.

혹시라도 전쟁 당시의 포탄이 묻혀있을 수도 있고, 정밀 발굴 작업을 하려면 고가의 장비와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센 씨는 현재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중입니다.

[앵커]

레온 기센 씨는 왜 이 지역에 나치가 황금을 숨겼다고 믿고 있는 건가요?

[기자]

기센 씨가 이곳을 은닉처로 확신하게 된 근거는 바로 한 장의 악보 때문인데요.

이 악보는 히틀러의 마지막 개인 비서인 마틴 보어만이 갖고 있던 것입니다.

뜻을 알 수 없는 글귀와 기호, 도표가 가득해 보물 사냥꾼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기센 씨는 이 악보에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알려주는 암호가 담겨있고, 자신이 암호를 모두 풀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악보 첫 줄에 '매튜가 현을 뜯을 대목'이라는 글귀가 보이는데요.

기센 씨의 해석에 따르면 '매튜'는 독일의 저명한 바이올린 장인 '마티아스 클로츠'를 뜻하고요.

맨 마지막 줄의 '춤을 끝낼 곳'이라는 글귀는 클로츠 씨의 고향 미텐발트에 있는 철로 완충장치 설치 지점을 의미한다는게 그의 주장입니다.

[앵커]

악보에 암호가 숨겨져 있다고 본 건데,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추리 같은데요.

독일에서 이렇게 나치 보물 찾기 소동이 벌어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1986년부터 시작이 됐는데요, 독일 통일 전 동독 정부가 정보 기관 슈타지까지 동원해 동베를린 인근 호수를 샅샅이 뒤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뮌헨과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크베들린부르크, 브레멘 등에서도 나치의 보물 찾기 소동이 한바탕 벌어졌습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바로 '친나치 지역'이었다는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연합군이 히틀러의 미술품과 귀금속 등을 회수했지만 찾지 못한 작품들도 상당수인데요.

이 때문에 히틀러가 패전 직전 친나치 지역에 보물을 숨겨뒀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거죠.

[인터뷰:아돌프 호른슈타이너, 미텐발트 시장]
"미텐발트 사례처럼 금괴설은 독일 사회에 늘 존재해 왔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금괴 발굴에 투기해서는 안 되고 다만 사실 확인을 추적해 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하지만 지금까지 히틀러의 보물이 발견된 적은 한번도 없지 않았습니까?

발굴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사람들이 썩 달갑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미텐발트가 보물 은닉처로 떠오르면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뿐 아니라 해외에서 온 취재진도 이 지역에 몰려 들었는데요.

외부에서 큰 관심을 가진 것과는 달리 미텐발트 주민들은 대부분 믿지 못하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인터뷰:바바라 힐, 미텐발트 주민]
"사람들이 이 일을 그대로 놔두면 좋겠어요. 다시 파헤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의미도 없을 거예요."

[인터뷰:후버트 부르머, 미텐발트 주민]
"여기서는 아무도 안 믿어요. 모험적이고 흥미롭기는 하지만 저는 금이 나올 것이라고 믿지 않아요. 안 믿어요."

하지만 발굴작업을 허가해 준 미텐발트 시 당국은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물이 있던 없던 독일의 작은 시골 마을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거죠.

게다가 금이 나오면 발굴자와 땅 주인이 반반씩 나눠 갖기로 했기 때문에 돈도 벌고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앵커]

이런 소문으로 독일 곳곳이 파헤쳐 진다면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4년 전 비슷한 소동이 일어났던 오스트리아 토플리츠 호수 인근 지역도 문제가 됐다면서요?

[기자]

오스트리아는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점령지였는데요, 전쟁이 끝나고 10여 년이 흐른 지난 1957년에 이 곳 서부의 토플리츠 호수에서 나치의 기밀 서류 등이 담긴 나무 상자가 발견됐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보물 사냥꾼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이 또다른 유물이 발견되길 기대하며 호수를 마구 파헤치면서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했습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보물 탐사가 호수의 생태계 균형을 해치고 있다며 잠수 전면 금지를 촉구했을 정도였는데요.

현지 행정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마다 약 10여 명이 불법 탐사로 적발되고 있습니다.

[앵커]

논란을 거듭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치 보물의 전설.

이 전설이 말 그대로 그저 전해져 내려오는 설에 그칠지, 아니면 현실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습니다.

김운경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독일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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