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셔틀'까지…도박장 찾는 노인들 [양재혁, LA 리포터]

'카지노 셔틀'까지…도박장 찾는 노인들 [양재혁, LA 리포터]

2013.10.12. 오전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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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미국 LA 경찰이 한인 타운에 있는 불법 사설도박장에 대해 단속을 벌였는데요.

이용객 상당수가 6~70대 동포들이었다고 합니다.

한인 타운에는 동포 노인들을 도박장으로 실어나르는 셔틀버스까지 공공연히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LA 양재혁 리포터와 함께 동포 노인들이 왜 도박에 빠지는지, 또 해결책은 없는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양재혁 리포터!

먼저 이번 단속 결과가 궁금하네요.

몇 군데나 적발됐습니까?

[기자]

LA 경찰은 지난달 17일 한인 타운의 불법 사설도박장 7곳에 대해 기습적인 단속을 벌였는데요, 현장에서 슬롯머신 30여 대와 현금 3만여 달러를 압수했습니다.

불법 도박장은 대부분 집을 개조한 것으로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젊은이들 뿐 아니라 노인들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슬롯머신 뿐 아니라 화투와 포커판도 벌였는데요.

경찰은 적발된 사람들을 대부분 훈방했지만 앞으로는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백두현, LA 경찰국 공보관]
"지난번에 단속한 곳은 7곳인데 저희 경찰에서는 그 외에 더 많은 불법 도박장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현재 수사중입니다. 일단 도박 문제는 항상 있어 왔는데요. 최근 경기 악화에 따라서 최근 몇 년새 급증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앵커]

노인들이 도박장을 많이 찾는다는 것이 좀 놀랍네요.

실태가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도박 문제는 어느 사회에나 있고, 한인 타운의 경우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요즘도 카지노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하루 10여 차례씩 한인 타운에 찾아옵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카지노 도박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인데요.

카지노 업소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무료 점심 등 각종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노인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카지노 이용 노인]
"(노인들이 가면) 50달러 주는 카지노가 있고, 30달러 주는 카지노가 있어. 그런데 그 돈을 카드에 넣어줘서 그걸 (도박을) 해야 돼. 돈을 뺄 수가 없어. 거기서 포인트 올라가면 밥도 공짜로 먹을 수가 있고..."

LA 지역에서 매일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노인이 카지노를 찾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노인 단체에서 친목 도모를 위해 한 해 한 두 번씩 카지노 관광을 다녀오는 것도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앵커]

도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일텐데요.

노인들은 왜 도박장을 스스로 찾아가는 건가요?

[기자]

이민 1세대는 2, 3세대들과는 다른 문화적, 정서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2, 3세대들의 경우는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나이에 이민을 가 현지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 생활하고 있는데요.

1세대들은 영어가 현지인처럼 자유롭지 못한 면도 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유대 의식이 다른 세대보다 강합니다.

이 때문에 은퇴 후에도 자연스럽게 한인 중심으로 어울리게 되는데요.

젊은 시절 생활에 묶여 이렇다 할 여가 문화를 갖지 못했던 세대이다보니 함께 어울리는 사랑방처럼 도박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인터뷰:도박 치료 프로그램 참가자]
"가족들도 다 바쁘고, 개인주의이다 보니까...그래서 아무래도 그 분들이 여가 생활을 도박이나 카지노에서 보내다 보니까 아무래도 동질감을 갖고 중독되는 노인 분들이 많죠. 개개인이 가는 분들도 많지만 같은 연배 분들끼리..."

[앵커]

미국에는 합법적인 카지노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도박에 대한 경계심이 한국보다는 적은 것 같네요.

도박의 폐해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특히 노인들이 위험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생업에서 은퇴한 이민 1세대들은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대부분 연금이나 저축 등에 의존해 생활하는데요.

도박에 손을 대 빚을 질 경우 이를 해결할 만큼 돈을 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당장 생활에 곤란을 겪게 됩니다.

자녀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장성한 자녀들과 같이 사는 노인들이 한국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같이 산다고 해도 가족들이 일터나 학교로 나가는 낮 시간에는 대부분 혼자 소일하게 되죠.

이 때문에 가족들이 도박 중독 가능성을 미리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젊은 시절 고생하며 삶의 터전을 일궈온 이민 1세대들이 도박 때문에 여생을 힘겹게 보낸다면 얼마나 회한이 클까요?

동포 사회에서는 이런 노인들을 어떻게 돕고 있나요?

[기자]

동포 노인들의 도박 문제는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상담 전문가들은 가족과의 지속적인 대화로 유대감을 확인시키고, 사회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아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한 단체들도 LA에 4곳이 있는데요.

비영리 사회 단체나 종교 기관을 중심으로 열리는 치료 모임은 대부분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박에서 손을 떼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곁에서 도울 사람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해왕, 도박 치료단체 운영자]
"스트레스'와 '화'가 도박의 가장 큰 재발 요인이거든요. 그래서 그걸 줄여줄 수 있도록 가족들이 반드시 도와줘야 합니다. 가족없이는 회복이 어렵습니다. 건전한 취미 생활을 하도록 하고...급식 봉사, 경로잔치 이런 걸 많이 하시는데 그 때 예방 세미나를 하거나..."

[앵커]

도박은 중독되면 여간한 의지로는 이겨내기 쉽지 않다고 하죠.

문제가 일어난 뒤 수습하기 보다는 사전에 감지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동포 노인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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