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첫 이민 문학집 출간

브라질 첫 이민 문학집 출간

2013.09.21. 오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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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인들이 남미 브라질에 뿌리를 내린 지 50년이 됐습니다.

낯선 땅에서 새 희망에 의지해 살아온 동포들 가운데는 시와 소설 등 문학을 통해 삶의 애환을 승화시킨 사람들이 있는데요.

브라질 동포들의 문학 작품이 책으로 묶여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김정희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인터뷰:안경자, 브라질 한인 문학 동인지 '열대문화' 대표]
"내가 자신의 참모습에 눈이 떠진 것은 아내 루루를 땅에 묻고 돌아오는 그 날 밤부터였다."

의류 외판원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민자에게 상실의 아픔은 뼈저리게 다가옵니다.

지난 6, 70년대 이민 초기 동포들의 삶을 잔잔한 필치로 그려낸 안경자 씨.

30여 년 전 브라질로 이민 온 안 씨는 한글학교에서 일하면서 동포들의 삶을 틈틈이 소설에 담았습니다.

[인터뷰:안경자, 브라질 한인 문학 동인지 '열대문화' 대표]
"옛날 젊었을 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문학에 대한 그리움이나 열정, 이런 것에 한 파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50년 전 상파울루 봉헤찌로 지역을 중심으로 의류 봉제업에 종사하며 삶을 일군 동포들.

조금씩 생활의 여유를 찾아가던 80년대, 문학협회를 만들어 잠시 접어둔 꿈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목동균, 동포 시인]
"기본 의식주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에는 여러 가지 욕구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데 우리가 자존감, 또는 심리 안정적인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우리가 다시 문학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타국 땅에서 살면서 겪었던 희로애락의 감정이 녹아든 작품들.

처음 출간된 브라질 동포 문학 선집에는 시와 수필, 소설, 그리고 동화까지 작품 190여 편이 담겼습니다.

이 책은 한 국내 학자가 4년에 걸쳐 작품을 발굴해 펴낸 것입니다.

[인터뷰:김환기, 동국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남미의 혼종문화를) 일찍부터 경험했던 우리 이민자들의 혼종문화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서 한국이 앞으로 21세기에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열어가는데 교훈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이나 미국 등 동포들이 많이 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남미 동포들의 문학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은 이 작품들을 통해 브라질 동포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한층 넓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YTN 월드 김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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