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한국정원 이대로 좋은가? [김운경, 프랑크푸르트 리포터]

프랑크푸르트 한국정원 이대로 좋은가? [김운경, 프랑크푸르트 리포터]

2013.07.06. 오전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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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는 지난 2천 6년 생긴 '한국 정원'이 있습니다.

옛 건축양식 그대로 지은 정자와 한국식 조경으로 우리 전통의 멋을 잘 보여주는 공간인데요.

그런데 최근 이 '한국 정원' 곳곳이 훼손되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방치돼 있는 실정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프랑크푸르트 김운경 리포터를 전화로 연결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운경 리포터!

[질문]

먼저 이 프랑크푸르트 '한국 정원'은 언제, 어떤 계기로 만들어진 겁니까?

[답변]

지난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것을 기념해 생긴 것입니다.

도서전이 끝난 이듬해, 우리 정부가 20억 원을 들여 정원을 조성한 뒤 프랑크푸르트시에 기증했습니다.

4천 8백 제곱미터 규모의 녹지에 한국의 사계절을 상징하는 4개 공간으로 나뉘어 전통 조경 양식으로 꾸며졌는데요.

프랑크푸르트대 서부 캠퍼스와 접해 있는 그뤼네부르크 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어 학생들과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한국정원은 주말에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평일에는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얘기를 나누고 수업 준비를 하는 장소로 쓰이고 있습니다.

[인터뷰:치아카 니캄버, 프랑크푸르트 시민]
"건물이 아주 흥미로워요. 한국 문화의 한 부분 또는 한국 건축의 하나일텐데요. 이런 것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질문]

한국과 독일, 두 나라 우정의 상징으로써 생긴 정원이라면 의미가 있는 공간인데 시설물 곳곳이 상당히 훼손돼 있다면서요?

얼마나 심각한 상황입니까?

[답변]

한국 정원은 문을 연 이후 일부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정자와 누각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고요.

쌓인 쓰레기와 낙서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특히 파손이 심한 정자의 문은 임시방편으로 합판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지난달 말 한국 문화 행사를 앞두고 바깥 쪽은 급히 수리했지만 방 안쪽 문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북쪽 본하임 지역에 있는 중국 정원의 경우, 조성된 지 24년이 흘렀지만 건축물이 대부분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중국 건축물은 목재보다 석재를 많이 쓰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높은 담장을 설치하고 야간 출입을 제한하는 등 훼손을 막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질문]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이 시설은 한국 정부가 프랑크푸르트 시에 기증한 것인데 관리는 누가 하고 있는 겁니까?

[답변]

현재 관리 주체는 정원을 기증 받은 프랑크푸르트시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포들이 한국 정원에서 행사를 할 때에도 시 녹지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하지만 시 당국은 정원을 돌보는 일에는 손을 놓고 있어서 파독 간호사들이 모인 동포 단체, '풀이슬회'가 사실상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일주일에 3번 정도 정원 청소를 하고, 훼손이 심할 때는 시 녹지과에 신고해 수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요.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6,70대여서 꼼꼼하게 둘러보고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시설물 훼손이 주로 벌어지는 야간에는 CCTV나 경비원이 없어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습니다.

[인터뷰:노미자, 자원봉사자]
"와보면 너무 슬픕니다. 화도 나고 슬프고...왜냐하면 저희들이 24시간 여기서 머물면서 관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젊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인터뷰:박선유, 프랑크푸르트 한인회장]
"야간에 주로 훼손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것은 저희들이 상주하지 않는 한 저희들이 한계점으로 안고 있는 것이고..."

[질문]

훼손도 문제지만 이 공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인데요, 당초 한국 전통문화를 현지인에게 알리는 전진 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요?

[답변]

한국정원에는 전기와 수도, 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이용이 불편하기 때문인데요.

수도 시설이 없어 미리 행사에 필요한 물을 실어 날라야 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멀리 이동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행사를 자주 여는 동포들은 최근까지 인근 주택에서 전기를 빌려 쓰다 아예 소형 발전기를 따로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동포들이 한국정원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인거죠.

[인터뷰:박순평, 프랑크푸르트 한국문화회관 대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물과 전기입니다. 물과 전기만 있다면 음식 준비도 그렇고 다 좋겠는데..."

[질문]

'한국 정원'의 관리와 운영이 크게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답변]

먼저 정원 관리를 위해 필요한 지속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관리를 맡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시는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로 예산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인데요.

한국 정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 동포들이 적극적인 청원 등 다각적으로 시 당국을 설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지 동포들은 한국 정부 역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전통 건축물을 복구할 기술 전문가가 필요한데요.

한국에서 전문가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시설물을 점검하거나 또는 보수 기술을 현지인에게 전수해 주는 교류 사업이 펼쳐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전통 한국식 정원은 세계 각국에 15개가 조성돼 있다고 하는데, 500개 가까이 되는 일본 정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잡니다.

그나마 있는 곳마저 소중히 지키지 못한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요?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뒤따라야겠습니다.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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