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70대 열정의 드러머

백발의 70대 열정의 드러머

2012.12.02. 오전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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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인생은 60', 아니 70부터라는 말이 어울리는 정열적인 백발의 드럼 연주자가 있습니다.

고희를 훌쩍 넘긴 캐나다 동포 권순근 씨 인데요.

드럼과 함께 한 그의 삶은 영화로도 제작돼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정영아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현란한 몸짓에 정열적으로 드럼을 두드립니다.

감정이 극에 달한 듯 입까지 벌리고 연주하는 모습은 폭소를 자아냅니다.

백발이지만 72살의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 드러머는 캐나다 동포 권순근 씨.

20여 년 전 토론토 지역 방송에 출연한 영상이 뒤늦게 유튜브 조회 수 200만을 넘으면서 인기 아침 프로그램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권 씨는 1964년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 씨와 그룹 사운드 '애드4'를 결성해 활동했습니다.

1975년 더 큰 음악 세계를 향한 꿈을 안고 캐나다에 발을 디뎠지만, 이민자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접시닦이와 세차장 일 등 궂은 일을 하면서도 권 씨는 손에서 드럼 스틱을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뷰:권순근, 동포 드럼 연주자]
"나는 온몸을 발사하는 거에요. 우리 한을…내 민족들의 한을 대변하는 거에요. 해외 나와 있는 이민자들을 대변하는 거에요."

평생 드럼과 함께 한 권 씨의 삶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각종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인터뷰:김민구, 영화 '열정의 드러머'감독]
"이민을 오면서 본인도 누리지 못한, 한국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제가 영화로 다시 펼쳐드리고 싶었어요."

고희를 넘겼지만 권 씨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습니다.

애드 4의 마지막 남은 멤버 신중현 씨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입니다.

세월을 거슬러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몸을 불사르는 권 씨.

고령화 사회, 고독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의 노인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됨과 동시에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인터뷰:권순근, 동포 드럼 연주자]
"난 죽는 날, 그날까지는 북과 함께 죽으면서 뚱 소리 나면서 빵 갈 때까지는 북 채를 안 놓을 사람이에요."

캐나다 토론톤에서 YTN 월드 정영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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