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에 담긴 희망

밥 한 그릇에 담긴 희망

2012.10.07. 오후 1:0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많은 것을 갖지 않았어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 속에 기쁨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동포가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을 5년째 계속 해오고 있다는데요.

정신기 씨 부부의 특별한 외출에 이형록 리포터가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다들 곤한 잠에 빠져있을 일요일 이른 아침.

정신기 씨 가족들은 음식 준비로 바쁩니다.

오늘의 메뉴는 채소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와 소시지 구이.

평소 부엌일을 잘 모르는 두 아들도 오늘만큼은 어머니 옆에서 한 몫 거듭니다.

따끈따끈한 음식을 실은 택시가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크라이스트처치 크랜머 광장.

정 씨의 택시를 알아본 노숙자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길게 줄을 섭니다.

벌써 5년째 이어진 일요일 풍경입니다.

[인터뷰:게리 모리스 디키, 뉴질랜드 노숙자]
"음식이 아주 맛있고 고맙습니다. 저를 포함한 이곳 사람들은 모두 정 씨에게 뭐든지 보답을 하고 싶어요."

처음 두 사람이 무료 급식 봉사에 나섰을 때 낯선 외국인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은 정 씨 부부의 모습은 노숙자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습니다.

[인터뷰:정신기, 택시기사]
"살다가 그냥 가는 것보다 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저도 그중에 한 사람이 되고 싶은거죠."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남편이 무료 급식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부인 손현숙 씨는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됐습니다.

함께 나누는 삶 속에서 물질적 풍요보다 더 큰 기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손 씨는 홀로서기에 성공해 새 삶을 찾은 노숙자들을 볼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손현숙, 아내]
"처음부터 여기 오시던 분인데 공원에...얼마 전에는 자기가 직장을 얻었다고 시간표까지 보여주면서..."

정 씨 부부가 노숙자들에게 전하는 것은 단지 식사 한 끼가 아니라 따뜻한 정과 삶의 희망입니다.

노숙자들은 작은 그릇에 담긴 희망을 마음에 품고 다시 사회로 돌아갈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YTN 월드 이형록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