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기 의무화, 운전자들 '황당무계'

음주측정기 의무화, 운전자들 '황당무계'

2012.03.03. 오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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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유럽의 음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음주 때문에 생기는 교통 사고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이 교통 사고를 줄이기 위해 모든 자동차 안에 일회용 음주측정기를 반드시 갖추도록 했는데 이를 놓고 말들이 많다고 합니다.

파리 최효진 리포터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최효진 리포터!

프랑스 정부가 음주측정기를 자동차에 가지고 다니도록 하는 법규를 만들었다고요?

이번 달부터 시행된다고 하던데요?

[리포트]

해마다 늘어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프랑스 교통 당국이 지난 연말에 발표한 법규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번 달 말부터 운전자들은 모든 자동차에 일회용 간이 음주측정기를 비치해야 합니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기 전에 혈중알코올농도를 스스로 측정해 규정 이상의 수치가 나오면 운전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려는 조치입니다.

따라서 운전자는 적어도 두 개 이상의 테스트기를 소지해야 하는데요.

하나는 자가 측정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이 불시에 검문하게 되면 보여줘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기게 되면 약 11유로, 우리 돈으로 만 6천 원 상당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질문]

혹시 간이 음주측정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답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 제가 직접 영상으로 찍어봤습니다.

이것이 바로 1회용 음주측정기입니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프랑스 교통 당국은 국가 공인 마크인 NF 마크가 붙어 있는 것을 사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신 후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나야 측정을 할 수 있는데요.

사용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먼저 플라스틱 빨대를 물고 호흡해 공기를 비닐봉지에 불어넣어 줍니다.

풍선을 불 듯 크게 부풀리는 것이죠.

노란색 중크롬산칼륨이 들어있는 튜브형 테스트기를 부풀린 비닐봉지에 이렇게 창착시키고, 부풀린 봉투의 공기를 빼면서 테스트기의 화학물질과 반응시킵니다.

15분 정도를 기다리면 알코올과 노란색 화학물질이 반응해 청록색으로 변합니다.

변한 정도가 그어진 선을 넘게 되면 알코올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므로 운전을 삼가야 합니다.

[질문]

술을 마신 운전자들이 매번 이렇게 측정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상당히 번거로울 것 같습니다.

운전자들도 반기지 않는다면서요?

[답변]

이 법규는 지난 1970년에 시행됐다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해 없어진 법인데요.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 법규를 40년 만에 다시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간이측정기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알코올 성분이 혈액에 흡수돼서 호흡을 통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측정이 개인차가 심하다는 지적입니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30분에서 1시간 후에 측정했을 때 기준치에 미달해서 운전했다 하더라도 운전하는 도중에 알코올 수치가 높아져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또, 의무화를 앞두고 파출소나 경찰서에서 지역주민에게 간이측정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지만, 모든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측정기를 사려면 최소 4천만 개가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현재 제조업체가 두 곳밖에 되지 않아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질문]

프랑스 운전자뿐 아니라 프랑스 이웃 나라의 반대도 매우 심하다고 하던데요?

[답변]

국경 통과가 자유로운 벨기에, 영국, 독일 등 주변 국가에서는 자동차로 프랑스를 왕래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이번 법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음주 측정을 전자 기기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간이측정기 사용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유럽에서 간이측정기를 사용하는 마지막 나라로 꼽히고 있는데요.

정부에서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전자 음주측정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하나에 100유로, 우리 돈으로 16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일반적입니다.

이번 규정이 발표된 후에 벨기에 측에서는 결국 프랑스 정부가 외국인 운전자에게 합법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프랑스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도 꼭 알아둬야겠네요.

최효진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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