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의 '100년 역사' 헐리다

재일동포의 '100년 역사' 헐리다

2011.07.09. 오전 11:0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오래된 건물은 한 시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료이기도 한데요.

재일동포들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 건물이 철거돼 동포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박사유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재일동포들이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오사카의 쓰루하시 재래시장.

한류 붐이 일면서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시장 한복판에는 '경찰 아파트'로 불리는 건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13년 건물이 세워졌을 때는 경찰서로 사용되며 악명을 떨친 곳입니다.

당시 일본에 건너와 독립운동을 했던 동포들은 이 곳에 갇혀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서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 뒤에는 아파트로 바뀌었고 우리 동포들이 주로 살았습니다.

[인터뷰:고인봉, 동포]
"한국사람이 더 많이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여러가지 안내판이 한국어로 쓰여 있었어요. 지금은 다 떨어졌지만..."

동포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건물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건물주가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사카모토 유이치, 전 규슈국제대학 교수]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허물어버린다니 충격을 받았다. 쓰루하시 경찰서는 조선인이 가장 많이 살았던 지역의 경찰서로서 조선인을 단속하고 체포하거나 고문하는 등 독립운동을 탄압했던 역사적인 장소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습니다."

일본 주민과 동포들이 건물 보존 운동을 벌였지만 철거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아지로 켄지로, 향토사학자]
"보존시키기 위해 건물 주인에게 허물지 말고 남기자고 얘기하러 갔었어요. 하지만 이미 철거가 결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마이니치 신문도 '사라지는 재일조선인의 100년'이라는 제목으로 건물 철거 내용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좋은 기억보다는 아픈 기억이 더 많았지만, 100년을 함께 한 건물이 사라지자 동포들은 허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사카에서 YTN 월드 박사유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