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한국식 이름 지어주기

고려인 한국식 이름 지어주기

2007.08.25.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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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러시아식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온 고려인들에게 한국이름을 지어주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식 이름을 받아 들고 기뻐하는 고려인들의 표정을 키르기스스탄 전상중 리포터가 담았습니다.

힘겨운 삶 속에서 잊고 지냈던 한국 이름을 얻은 고려인의 얼굴에 화색이 감돕니다.

'남 안드레이'라는 이름으로 반평생을 살아온 '남안다'씨는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뿌리를 이야기 할 수 있다며 즐거워합니다.

[인터뷰:남 안드레이, 고려인(62세)]
"제가 오늘 기쁜 날에 한국이름을 처음 받았는데, 제가 이제는 한국이름으로 '남안다'라고 하는데 너무 반갑고, 감사합니다."

비쉬케크 한국 교육원이 고려인 강제이주 70년을 맞아 마련한 작명 행사에 250여명이 몰려 고려인들의 간절한 바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부터 신청을 받은 고려인 지원자들의 성과 생년월일, 태몽 등의 자료를 기초로 순수 한글 이름과 한문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뷰:이인기, 작명가·전북 영원초등학교장]
"한국 이름을 짓고 싶어하는 고려인들의 조부모, 부모의 성, 이름과 생년월일, 좋아하는 색깔, 장래의 꿈 등을 고려해서 정서에 맞게 짓게 되었습니다."

이름과 뜻풀이가 적힌 액자를 받아든 고려인들은 자신의 새 이름을 기념판에 적어 보기도 합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북 정읍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부채 백여점이 고려인들에게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조영식, 비쉬케크 한국교육원장]
"고려인은 남이 아닙니다. 멀리있는 한국의 가족입니다. 멀리 있으면서도 자기 이름을 갖지 못하고, 상황 때문에 다른 이름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이주 70주년을 맞아서 자기 이름을 갖게 함으로써 고려인 스스로 정체성을 갖게 하고, 모국이 얼마나 고려인을 사랑하는 지 보여주기 위해서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기자]
지난 70년간 '알렉산드로, 알료나'와 같은 러시아식 이름을 써온 고려인들에게 한국이름이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데 이름이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사업에 한국 정부가 적극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키르기스스탄 비쉬케크에서 YTN 인터내셔널 전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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