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이병헌 "배우, 감정이 전부인 직업"[인터뷰]

'백두산' 이병헌 "배우, 감정이 전부인 직업"[인터뷰]

2019.12.20. 오후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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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감정이 다치면, 연기를 할 수 없어요."


영화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60억 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진일보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병헌은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을 연기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속을 알 수 없지만 능구렁이처럼 웃긴 리준평은 이병헌을 만나 더욱 입체감 넘치는 인물로 탄생했다.


"너무 잘 빠진 시나리오라서 더 걱정됐어요. 결핍이 안 느껴졌다고나 할까. (하)정우가 먼저 캐스팅됐고, 저한테 직접 전화했더라고요. 형이 시나리오 잘 읽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마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죠."


리준평은 첫 등장부터 관객을 웃긴다. 익히 봐왔던 북한 요원의 모습을 완벽히 벗어난다. 특히 남한 대위 조인창 역의 하정우와 쌓아올린 코믹 앙상블은 '백두산'이 관객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요인이다.



"시나리오부터 재밌는 캐릭터이긴 했어요. 빈틈 없이 날카롭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하는. 줄임말 유머 코드는 정우랑 만든 애드리브예요. 상점에서 콜라 마시는 장면도 전부 다 애드리브였고요. '남한 것들은 별 걸 다 줄이고 있네'라면서 자기가 더 줄이고 있잖아요.(웃음)"


이병헌 하정우는 '백두산'으로 생애 첫 호흡을 맞췄다. 왜 이제야 한 작품에 출연했나 의아할 정도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사람. 첫 호흡답지 않게 주거니 받거니, 흥미로운 케미스트리를 펼쳤다.


"정우는 정말 능력있는 친구 같아요. 순간적인 재치가 굉장해요. 그 성격이 연기할 때 적용 안 되는 사람이 있는데, 정우는 달라요. 카메라 앞에서 자기의 센스를 충분히 사용할 줄 아는 배우더라고요."


'백두산'은 두 명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천하장사 마돈나', '나의 독재자'를 연출한 이해준 감독과 '기술자들' 김병서 감독이 그 주인공. 이해준 김병서 감독은 요일을 나눠 현장을 감독했다고 한다.



"감독님 두 분이 요일을 나눠 무전기 쥐는 날을 바꿨다는 것을 언론시사회 때 처음 알았어요. 오늘은 내가 결정짓는 날, 내일은 다른 감독이 결정짓는 날, 전혀 눈치채지 못했죠. 저는 장면에 대한 어떤 생각을 말할 때도 두 감독님이 같이 계실 때만 얘기했어요. 그래야 혼선이 안 생기니까. 감독님이 두 분이 워낙 경청하는 분들이라, 현장이 순조롭게 흘러갔죠."


이병헌의 배려와 내공이 느껴진 지점이다. 현장의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가늠하고 연출자까지 배려하는 힘. 본인 연기뿐만 아니라 상대배우, 연출자까지 고려하는 그는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저는 되도록이면 유연하게 넘어가려고 해요. 반드시 짚고넘어가야 하는 얘기라면 감정적으로 전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물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배우는 감정이 전부이거든요. 감정을 다치는 순간 내 연기를 할 수 없어요. 배우는 감정을 활짝 열어놓는 아주 예민하고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감정이 상하면 힘들거든요. 동료 누군가와 감정이 안 좋더라도 저를 누르는 편이에요. 남은 촬영이 힘들어지잖아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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