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조진웅 "IMF 때 등록금 없어 학자금 융자 받아봤다" [인터뷰]

'블랙머니' 조진웅 "IMF 때 등록금 없어 학자금 융자 받아봤다" [인터뷰]

2019.11.12. 오후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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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렇게 당했지? 내가? 열받지 않나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목소리를 높여 되물었다. 인터뷰 내내 열변을 토하던 그에게는 사회를 향한 뜨거운 사명감이 느껴졌다.


영화 '블랙머니'는 IMF 이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다뤘다.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드러낸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작품에서 조진웅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 실체와 마주하는 양민혁 검사로 열연했다.





■ 다음은 조진웅과의 일문일답.


-'블랙머니' 어떻게 보셨나요?


"영화 전개가 굉장히 빨라서 놀랐어요. 이런 얘기가 이렇게 빠를 수가 있냐. 훅 지나갔어요. 객관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굉장히 스트레이트 하게 달려가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어요. 그때 기억나세요?


"그때 대학생이었어요. 우리 집이 못 사는 집이 아니었는데 IMF 때 심하게 당해서 등록금 낼 돈이 없다는 거예요. 학자금 융자를 처음으로 받아봤죠. 알고는 있는데 내 세금이 나간다는 생각을 못 할 정도로 그들이 가진 권력으로 정치를 잘 한 거예요."


-이하늬 배우는 억울하고 아깝다고 표현했어요.


"저는 먹고 살 만큼 돈이 있어서 아깝지는 않아요.(웃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까 열이 받는 거죠.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당했지?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했다는 거죠. 5조 8천억이면 독거노인을 돕거나 결식아동을 도울 수도 있고, 얼마나 할 게 많은데.


누군가가 시나리오를 눈앞에 내놓으니까 '눈 뜨고 코 베었네, 관객들에게 얘기를 해줘야겠다' 생각했어요. 누군가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 누군가가 정지영 감독이셨던 거죠. 고만고만한 고발 르포 같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어요. 박수를 많이 쳤죠. 완성형 감독님이세요."


-영화에서 양민혁은 시종일관 화를 내잖아요.


"그냥 숨을 쉬었던 것 같아요. 화를 내되, 부딪혀서 튕겨져 나오면 상처가 남잖아요. 그런데 양민혁은 아픔만 남는 애는 아니었던 거에요. 나름 이성적으로 우리 사건에 대해 판단을 하기 시작하고 '이게 화낼 일이 아니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거죠. 그런 관점으로 변환되는 시점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긴장감은 떨어지지 않아야 하니까 그걸 지키는 게 쉽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정지영 감독을 두고 '영원한 청년 감독'이라고 칭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느낀 순간이 너무 많아요. 감독님이 저희 아버지와 동갑이신데,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빨리 못 걸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현장에서 지시할 때도 무전을 안 치시고 저희가 있는 곳으로 직접 뛰어오세요.(웃음) 단순히 움직임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아주 정확하게 관철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도 연세 때문에 꺼리는 게 없어지고, '감독님 이런 거 아니에요' 말하게 돼요. 그러면 감독님이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하는 게 아니라 '그래? 그렇게 한 번 해볼까?' 하세요. 그냥 동료예요. 그렇게 의견을 주저하지 않고 토론할 수 있는 관계가 캐주얼하지 않나요."


-강한 정치색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오히려 철저하게 색깔에 치우쳐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멜로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에로도 있듯이, 이런 영화가 존재해야 하고, 이런 화법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조진웅이라는 악기를 통해서 전달될 수 있겠다.' 이게 확실하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스스로 잘 논해봐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넘겨요."


-'블랙머니'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면 좋겠나요?


"사회적 반향이 생기면 정말 좋은 거죠. 많은 사람이 쟁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아무런 목적 없이 이런 영화를 찍을 수가 없어요. 어떤 기자님께서는 '조진웅은 맨날 이런 영화 찍는 것 같아' 하시는데 그런 건 아닙니다. 그때는 '전공이긴 하죠' 웃어넘겼지만요.(웃음)"


-영화로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식이죠. 한 2백만 년 계속 건드리면 조금 홈은 파지지 않을까요? 모 감독님께서 이야기하셨는데 '광속을 견디는 계란을 개발하고 광속으로 던지면 계란으로 바위를 뚫을 수 있다'고. 그렇게 해서 부서뜨린다는 목적을 가지고 가야지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은 아니에요. 이렇게 고발하고 부딪히려는 사람이 있으니, 계속해봐라 하는 거죠."


-조진웅이 설명하는 '블랙머니'는 어떤 영화인가요?


"오락 영화인데, 돈을 가지고 뭔가를 하는 이야기가 아무래도 당기고 그러진 않겠죠.(웃음) 제목도 '금융범죄 실화극'이라는 맹점이 있지만, 그래도 극장 안에서 봤을 때 오락성이 짙은 극영화로서의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했어요. 또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봐야 해요. 봐서 인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성민주 기자 meansyou@tvreport.co.kr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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