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제작자 "힘들었지만 원작자 한마디에 위로얻었다"[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제작자 "힘들었지만 원작자 한마디에 위로얻었다"[인터뷰]

2019.11.04. 오후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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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올해 가장 뜨거운 영화다. 영화화, 캐스팅 단계부터 때아닌 페미니즘 이슈의 중심에 서며 숱한 오해와 논란의 대상이 됐던 '82년생 김지영'. 영화는 원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시대를 사는 보통의 김지영들의 얘길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 결과 240만 관객의 공감을 얻으며 손익분기점인 160만 명을 훌쩍 넘었다. 82년생 지영이와 비슷한 또래의 관객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흡수한 결과다. 이해와 공감, 위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값진 결과를 만든 이들은 봄바람영화사의 박지영, 곽희진 대표다. 제작사 싸이더스에서 4년간 직장 동료로 함께 일한 두 사람은 2016년말 퇴사했다. 취향이 비슷해 맞는 부분이 많던 박지영, 곽희진 대표는 '둘이 함께 해서 재밌는 일'을 고민하다가 봄바람영화사를 차렸다.


광고를 전공한 뒤 영화마케터로 10년 넘게 일해온 박지영 대표,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판권 업무를 해왔던 곽희진 대표. 두 사람은 회사 창립과 함께 2017년 초 소설 '82년생 김지영' 영화화 판권을 계약했다. 원작 소설이 지금처럼 뜨거워지기 훨씬 전의 일이다.


취향은 비슷하지만 성격은 다르다는 두 대표는 "열심히 하는", "낮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봄바람영화사를 꿈꾼다고 했다. 해사한 미소 속에 영화에 대한 단단한 애정과 강단을 품은 두 대표와 최근 삼청동에서 만나 다양한 얘길 나눴다.



■ 다음은 봄바람영화사 박지영, 곽희진 대표와 일문일답


-개봉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개봉 후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한시름 놓았을 것 같은데.


박지영(이하 박) : 영화뿐만 아니라 원작 소설에도 다양한 의견, 다양한 시선이 존재했다. 논란보다 더 부담됐던 건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바람과 기대감이었다.


곽희진(이하 곽) : 지금의 반응이 참 감사할 따름이다. 또래 관객, 중장년층 관객분들도 공감해주시고 있다. 아내나 딸과 함께 봤다는 아버님들도 많더라.


-영화화하는 데 가장 중점을 뒀던 지점이 있다면? 원작이 에피소드 구성이다 보니 각색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박 : '지금' 중심으로 풀어가는 게 중요했다. 원작이 연대기였다면, 영화는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의 얘기, 인생의 얘길 하는 게 기본 구성이었다. 소설처럼 연대기로 가게 되면 아주 담담한 정도의 감동 밖에 줄 수 없겠더라.


-소설보다 육아, 엄마에 더 방점을 찍었다.


박 : 원작에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다 보니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릴지 고민이 컸다. '현재 지영의 얘기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우리가 세운 가장 큰 줄기였다. 그 기준에 맞춰 에피소드를 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특히 직장 내에서의 여성의 연대가 돋보이더라.


박 : 곽 대표와 나는 전 직장에서 만나 친해져 독립했다. 회사 내에서의 유대가 좋은 환경이었단 뜻이기도 하다. '82년생 김지영'은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더라. 다행히 우리는 유대와 관계가 좋은 사람들 속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곽 : 일하면서 아기 키우는 동료 보면 대단하더라. 안쓰럽기도 하고.


-실제 김도영 감독이 바로 그 워킹맘이었다.


박 : 일만해도 힘든데 육아까지..감독님 보면서 정말 많이 놀랐다. 현장에서는 오롯이 감독으로만 보이는데, 잠시 쉬는 시간에 선생님과 통화하는 내용을 들으면 바로 엄마 모드로 전환이 되더라. 영화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실제로도 감독님의 아이가 수족구에 걸려서 한예종 발표 수업에 아이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더라.


-캐스팅 발표부터 떠들썩했다. 정유미, 공유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박 : 내부 회의 때 정유미 배우는 거의 완벽하게 김지영과 일치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마침 유미 씨가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는 얘길 들었고, 이 때를 놓치면 안 되겠단 생각에 제안했다. 유미 씨는 그동안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 안에서 벌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했잖나. 김지영과 잘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곽 : 마침 정유미 배우와 소속사가 같기도 했고, 공유 배우님이 우리 영화에 공감해주는 바가 커 흔쾌히 합류해주셨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생활 연기 꽃을 피운 것 같다.



-영화를 만들며 가장 크게 와닿은 메시지가 있다면?


곽 : 결혼한 친구들, 나를 키워준 세대들에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영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박 : 어떤 분이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나니 엄마의 꿈을 물어보고 싶어졌단 평을 하더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 역시 엄마의 꿈을 궁금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엄마는 그냥 당연히 엄마라고만 생각했다.


-영화에서도 어린 지영이 엄마의 꿈을 듣고 어색한 표정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박 : 맞다.(웃음) 엄마도 나와 같은 나이대를 경험했을 거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아, 아직 엄마의 꿈을 물어보진 못 했다.(웃음)


-봄바람영화사만의 사칙이 있다면?


곽 : 우린 매일 출근한다. 아무래도 박 대표나 나나 회사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스스로를 루틴 안에 넣어야 하는 게 필요하더라. 요일별로 해야 할 일을 만들었다. 어떤 날은 기획 회의, 어떤 날은 함께 영화를 보고 각자의 리뷰를 나누는 시간. 도서관, 박물관에서 영감을 나누는 시간.



-봄바람영화사만의 색깔이 있다면?


박 : 낮에 볼 수 있는 영화.(웃음) '82년생 김지영'도 오전과 낮 시간에 많이 봐주시더라. 둘다 무서운 영화를 못 본다. 편집본을 볼 수가 없어서 공포는 못 할 것 같다.


곽 : 재밌는 얘기,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봄바람영화사만의 색깔이 아닐까.


-창립작을 개봉시키고 난 기분이 어떤가. 여러 생각이 들 텐데.


곽 : 모든 과정이 재밌었고, 그 힘으로 계속 버텼다. 무사히 잘 개봉시켜 감사하고 벅찬 마음이다.


박 : 과정마다 힘들긴 했지만 그 힘듦을 넘을 때의 즐거움이 있었다.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끌고 간 한가지가 있다면 '위로'였다. 원작자인 조남주 작가님께서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았단 말씀을 하시더라. 정말 큰 힘이 됐고, 감사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좌 곽희진, 우 박지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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