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건 아티스트의 특권"...유태오의 '버티고' [인터뷰]

"힘든 건 아티스트의 특권"...유태오의 '버티고' [인터뷰]

2019.10.17. 오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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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힘든 과정이 정말 좋아요. 아티스트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유태오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하며 오랜 무명 끝에 찾아온 바쁜 나날에 대한 행복감을 표출했다.


유태오는 독일에서 자라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마치고, 10년간 한국·미국·베트남·태국·중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러시아 영화 '레토'로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국내에서도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영화 '버티고'를 통해 멜로 장르에 도전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밖의 로프공 관우(정재광 분)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유태오는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영화를 보고 '힘내요'라는 대사에서 울었어요. 처음 시나리오 볼 때도 거기서 울었거든요. 단순한 한 문장인데, 영화를 만들어가는 서영이의 벅차고 힘든 일상 때문에 눈물이 났어요. 현기증이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잖아요. 서영이의 힘든 일상에 위로가 되는 느낌에 울컥했던 것 같아요."


유태오는 극 중에서 서영의 유능한 직장 상사이자 비밀 연인인 진수 역을 맡았다. 진수는 서영에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지만 유태오는 진수가 나쁜 남자라고 생각진 않았다고 말했다.


"자기가 나쁘고 싶어서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갈등과 상황 속에서 그냥 어떤 이유로 결정을 투명하게 하지 못해 나쁜 사람이 된 거죠. 진수도 자기만의 힘든 점이 있을 거에요. 이 영화는 서영이의 입장에서 접근했기에 서영이에게는 나쁜 사람이 된 거고요. 나쁜 남자라고 생각 못 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에게도 버티기 힘든 순간이 있었을까. 유태오는 "태오에게요, 진수에게요?"라고 되물어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들더니 이내 진지하게 답했다.


"당연히 있었죠. 누가 없겠어요. 미국하고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마치고 나서부터 3년 전까지 거의 10년간 많이 힘들었어요. 커리어도 커리어지만, 여러 면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많이 배웠고, 도를 닦았다고 하나. 숙성도 되고, 도도 닦았고, 칼도 갈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이런 표현들이 맞았던 것 같아요."


유태오는 기자간담회에서 "캐릭터를 위해 이력서를 만들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그는 질문을 하다 보면 이력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요. 진수는 왜 하필 IT 회사에 다니고, 왜 해외에서 공부하고 들어왔고, 왜 비밀을 가지게 됐지? 이런 것들을 계속 질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력서가 만들어지게 돼요. 제가 이 역할을 표현하려면 그에 대한 자격증을 따야한다는 느낌이에요."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이냐 물으니 그는 그냥 호기심이 많아서 그렇다며 웃었다.


"감사하게도 사람들이 꼼꼼하다고 말해주실 뿐이지, 저는 그냥 궁금한 대로 따라갈 뿐이에요. 평소에도 이런 스타일이긴 해요. 호기심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피곤하고 잠이 모자라요.(웃음) 밤에 항상 위키피디아와 구글을 읽고. 할 게 많아요. 통합적으로 봤을 때 제가 궁금한 건 문화와 사람이에요. 재미있고 신기해요."



유태오는 '레토'는 물론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라가즈, SBS 드라마 '배가본드'의 제롬으로 연기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빈틈이 보인다고 말한다.


"관객들의 리액션에 감사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저는 빈틈이 보이고, 제 발음이 어디가 부족한지 알아요. 아직 제 마음엔 안 드는 거죠. 10년 동안 제가 그늘에 있었는데, 그동안 '왜 내가 여기서만 나왔지, 뭘 더 보여줘야 전달력이 있을까?' 하면서 디테일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유태오에게 차기작을 물으니 영화 '담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블랙 머니', JTBC 드라마 '초콜릿' 등 수많은 작품의 이름이 쏟아져나왔다. 그는 곧 새로운 국내 영화 촬영에도 돌입한다.


"작년 '레토' 이후로 캐스팅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소속사랑 일단 많이 하자고 결정했어요. 인지도를 높여야 하잖아요. 많고 다양하게 해야죠 일단. 운동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 최대한 다리를 찢어놔야 나중에 경쟁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거든요."



바쁜 스케줄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유태오는 이마저도 아티스트의 특권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걸 하고 나중에 그게 하나로 합쳐지면 어떤 느낌이 들까?' 스스로 상상하며 설레하는 거죠. 또 제가 시간 계획을 철저하게 짜는 데 흥미를 느껴요. 1년에 작품 하나 들어올까 말까 할 때도 매일 이런 식으로 살았어요. 아침에 운동 2시간 하고, 그다음에 뭐 하고. 그런 습관이 들어 있어서, 힘들지만 힘든 과정이 정말 좋아요. 아티스트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성민주 기자 meansyou@tvreport.co.kr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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