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부디 모든 이의 마음에 가닿길[어땠어?]

'82년생 김지영' 부디 모든 이의 마음에 가닿길[어땠어?]

2019.10.14. 오후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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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카피대로 우리 모두의 얘기였다. 울고, 웃다 보니 문득 엄마, 아내, 친구의 삶은 괜찮은지 궁금하고, 미안해진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얘기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베일을 벗었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봄에 태어나 누군가의 엄마, 아내, 딸, 회사 동료로 지금을 살고 있는 김지영을 그린 영화다. 2016년 발간돼 2년 만에 누적 판매수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그 본질과 달리, 첨예한 젠더갈등의 중심에 놓였던 바 있다. 김지영이 한국사회에서 분투하는 모습이 일부 대중에게는 혐오를 조장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영화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은 물론 영화 역시 특정 성별을 혐오하는 것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구조와 사회의 공기에 주목한다. 영화는 원작에서 한발 더 나아가 '괜찮아, 나아질 거야'라는 따스한 위로마저 건넨다. 게다가 꽤나 웃기기까지 하다.


동료 기자의 궁금증에 답하며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자.



Q. 원작과 얼마나 비슷해?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같지만 보다 따뜻하고 유쾌하다. 냉소적이었던 소설과 달리 영화는 희망적이다.


학교 다니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지극히 평범한 지영의 인생을 스크린에 옮겨놓고 보니 전혀 평범하지 않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일들은 알고 보니 부조리 덩어리였다. 영화는 이를 격양돼 그리지 않는다. 담담하게 표현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아들에겐 만년필을, 딸들에겐 노트를 선물해주던 아버지, 손녀보다 손자를 아끼던 할머니,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승진에서 제외한 상사, 아들 육아휴직 쓰게 한다고 역정내는 시어머니, 커피숍에서 맘충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늦은 밤 동네까지 쫓아온 낯선 사람, 화장실의 몰래카메라.


영화는 우리 엄마, 언니, 동생, 아내, 그리고 나를 둘러싼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이젠 좀 바뀌어야 하지 않냐고 차분히 묻는다.


'82년생 김지영'은 일종의 성장담이다. 제 목소리를 잃었던 지영이 부당함에 맞서 할 말을 하고, 지영의 힘듦이 당연하다 여겼던 주변인들도 변화하고 서로를 보듬는다.



Q. 누구랑 같이 보면 좋아?


누구와 봐도 좋은 영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지영을 피해자로, 지영 주변인을 가해자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옆사람과 불편해질 일, 단언컨대 없다.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고 손을 잡게 될 터. 김도영 감독의 사려 깊은 연출이 고마운 이유다.


물론, 아내 혹은 엄마와 함께 본다면 감동은 더욱 짙을 테다. 선생님이 꿈이었다는 엄마의 말에 낯설다는 듯 웃는 어린 지영, 아이 하나 낳자고 편히 말하는 남편. 무신경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된다.



Q. 배우들 연기는 어땠어?


주조연 단역까지 이토록 현실감 넘치는 캐스팅은 본 적 없다.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력도 크게 작용했다.


정유미는 특유의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부터 빙의 연기까지 세밀하게 표현했다.


특히 지영이 친정 엄마에게 빙의돼 시어머니에게 "사부인, 나도 내 딸 보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장면이나, 외할머니에게 빙의돼 친정 엄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가히 역대급이다.



지영을 곁에서 지켜보는 남편 대현을 연기한 공유는 관찰자로서 응시하면서도 지영의 힘듦에 반응해야 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믿음직스럽게 소화했다. 오랜만에 보여준 그의 생활 연기와 배우 본연이 갖고 있는 따뜻한 정서가 어우러진 결과다.


친정 엄마를 연기한 김미경은 '82년생 김지영'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후반부 그가 등장하는 순간마다 객석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 외에도 공민정, 김성철, 박성연, 이봉련, 이얼, 김국희, 전국향, 예수정 등 분량에 상관없이 캐릭터에 밀착된 호연으로 깨알 같은 웃음을 안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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