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nd 칸 현장] 봉준호 '기생충', 8분 기립 박수보다 놀라웠던 건

[72nd 칸 현장] 봉준호 '기생충', 8분 기립 박수보다 놀라웠던 건

2019.05.22. 오전 08:2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72nd 칸 현장] 봉준호 '기생충', 8분 기립 박수보다 놀라웠던 건
AD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모두 집으로 돌아갑시다. 레츠 고 홈, 땡큐!"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 후 봉준호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이 그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봉준호를 향한 리스펙트와 존중의 표시였다. 오랜 기간 영화제를 찾은 영화 관계자는 "한국 영화 중 집행위원장이 공식 상영 후 감독에게 먼저 마이크를 건넨 건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기생충'의 공식 상영회가 진행됐다. 이날 약 오후 9시 40분께 레드카펫에 등장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장혜진,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다소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여유로운 모습으로 영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약 2시간 10분간의 상영이 끝나고 난 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함성소리와 함께 약 8분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과 주연을 맡은 송강호, 이선균, 장혜진,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은 객석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손을 흔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박수를 쳤고,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선균과 장혜진은 눈시울을 붉혀 눈길을 끌었다.

박수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함성과 열기 속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봉준호 감독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봉 감독은 늦은 밤까지 극장을 지킨 관객을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자. 레츠 고 홈, 땡큐!"라는 말에서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빛났다.

영화가 끝난 후 뤼미에르 극장에서 만난 한 프랑스 감독은 "이 영화가 상을 받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본 작품 중 테렌스 말릭의 작품과 봉준호의 영화가 좋았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황금종려상은 봉의 것"이라고 극찬했다.

프랑스 기자 사만다 역시 "그의 영화는 재밌으면서도 핵심을 찌른다. 그의 모든 작품을 봤지만 이번이 단연 최고"라고 감동했다.

'기생충'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글로벌 IT기업을 경영하는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 감독은 "빈곤한 가정, 두 전통적인 한국 가족을 통해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탐구한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국내에선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봉 감독과 칸의 인연은 깊다. '괴물'(2006년 제59회 감독 주간)을 시작으로 '도쿄!'(2008년 제61회 주목할만한 시선) '마더'(2009년 제62회 주목할만한 시선) 등 지속해서 부름을 받았다. 특히 봉 감독은 재작년 '옥자'(2017)로 생애 처음 경쟁 부문에 입성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창동 감독의 '시'(2010)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한국 영화는 9년간 무관에 그치며 아쉬움을 더했다. '기생충'이 올해 수상의 영예를 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칸=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