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정영숙 "이순재 씨와 3년간 붙어 있다보니 부부인 줄 알겠다고 호호" [인터뷰]

'로망' 정영숙 "이순재 씨와 3년간 붙어 있다보니 부부인 줄 알겠다고 호호" [인터뷰]

2019.03.27. 오전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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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씨와 3년간 붙어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내 친구들도 저와 이순재 씨더러 부부인 줄 알겠어 하더라고요. 호호."



내달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로망'(이창동 감독)에서 배우 정영숙은 선배 이순재와 치매 부부 연기를 펼쳤다. '로망'은 동반 치매에 걸린 45년차 노부부 삶의 애환이 스민 로맨스다. 고령화 치매 사회를 담담히 직시하고 따뜻한 솔루션을 환기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영숙은 치매 아내 이매자 역으로 출연한다. 치매 남편 조남봉 역의 이순재와는 연극에서도 숱하게 부부로 호흡 중이다. 연극 무대 위 이순재·정영숙을 영화 스크린에서 새롭게 만나는 기분도 든다. '로망'의 출연 확정은 정영숙이 먼저였다.



정영숙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라디오M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눈가의 주름에서도 교양이 담뿍 느껴지는 인상을 가진 그녀는 오랜만에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이야기에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며 수줍게 말했다. 특히 '로망'의 이매자 역할에 대해 정영숙은 "이건 뭐 내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애정을 쏟는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2년 전에 받아봤어요. 막장으로도 느낄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가족사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게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또 좋았던 건 제가 연극에서 치매 연기로 다져졌단 사실이죠. 1차 연습을 끝마치고 연기를 하니 더 수월했어요."




'로망'의 촬영은 유난히도 더운 지난해 여름에 진행됐다. 정영숙은 "두 늙은이가 해냈다"면서 활짝 웃는다.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을 법한데 그녀는 "내가 건강하긴 한가 보다"면서 "두 노인이 피곤하다고 해야 스태프들도 엄살을 피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다. 이순재 씨도 부지런하고, 나도 그런 스타일이다"고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이순재와 무대 연기가 아닌 매체에서 호흡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정영숙은 "오래전 농촌 드라마에서 이순재 씨의 부인 역할을 한 적은 있다. 내가 나이 들어서 만나서 그런지 괜찮더라"라면서 "여자가 빨리 늙는다. 신구 씨 딸 역할을 하다가 어느 날 부부 연기를 하고, 백윤식 씨와 부부 역할을 하다가 어느 날 내가 엄마 역할을 하더라. 처음엔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점차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연극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인 정영숙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를 틀기만 해도 정영숙이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 종영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4년 만에 브라운관에서 정영숙을 만난 작품이라니 놀랍다. 무슨 사연이 있던 걸까. 궁금했다.




정영숙은 이 질문에 "드라마에서 날 안 써주니까 TV에 나오지를 못한 것"이라며 솔직하게 답했다. "내가 할 역할도 한정이 되어 있는데다 페이 때문인지 연극에서 배우들을 데려다 쓰더라"라며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미소를 짓는다. 그 갈증을 해소해준 작품이 '눈이 부시게'이어서 애정이 남달랐다.



정영숙이 연기한 샤넬이라는 역할은 남편과 함께한 젊은 시절의 향수에 젖어서 쓸쓸하고 외롭게 살다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인물이다. 정영숙은 샤넬을 떠올리며 "그 여자 너무 불쌍하다. 그 여자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가족의 사랑이 없으면 비참한 것이다. 작가가 정말 잘 썼다"라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면서도 이내 "우리 영화도 부부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며 '로망' 이야기로 돌아간 정영숙. 이번 영화를 통해 정영숙은 "가족의 대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의 10분의 1만이라도 하면 잘하는 것이다. 가족의 사랑이 다시 되살아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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