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감독 "예수의 탄생 이면의 비극 그리고 싶었다"[인터뷰]

'사바하' 감독 "예수의 탄생 이면의 비극 그리고 싶었다"[인터뷰]

2019.03.16. 오후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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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종교덕후' 감독이다. 악령에 맞선 가톨릭 구마의식을 다룬 '검은 사제들'로 한국형 오커트물의 신기원을 연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로는 불교, 기독교, 사이비 등 다양한 종교를 엮어냈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검은 사제들'로 540만 흥행을 거둔 장재현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이다.



소재가 된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종교를 비롯, 영화의 거의 모든 면이 새롭다. 장재현 감독은 자신이 구축한 단단한 세계관 안에 파격적인 반전과 비주얼 등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의 향연을 펼쳐보였다. 드라마는 깊어졌다. 기괴하고 독창적인 미쟝센과 촘촘한 스릴러의 끝에는 허망함의 정서가 안기는 슬픔이 짙다.



■ 다음은 장재현 감독과 일문일답



-'사바하'는 어디서 출발한 영화인가.



내겐 늘 마테복음에 나오는 성탄절 이야기, 헤롯왕 이야기가 화두였다. 예수가 태어나는 건 축복이지만 그 이면에 비극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전반에 슬픈 정서가 깃들어 있다.



맞다. 슬픈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가끔 세상이 불합리하게 돌아갈 때가 있잖나. 슬프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텍스트나 메시지로 전달하는 걸 지양하는 스타일이다. 감정을 전하는 게 더 좋다.



-그런 의미에서 박목사 캐릭터가 중요했다. 목사이면서도 신을 원망하고, 의심한다.



나는 모태 기독교인이다. 그럼에도 모든 종교를 존경한다. 그럼에도 때로는 신을 원망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신을 원망하고 미워한다는 고백은 굉장히 솔직하게 들린다.



박목사에게 내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




-동물 모티브가 많이 등장했다. 사슴동산부터 후반부 코끼리까지.



사슴은 불교에서 불로장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는 존재다. 아, 영화에 나온 코끼리는 CG다. 캐스팅이 쉽지 않더라.



-이정재는 오랜만에 현실 세계에 발을 붙였다. 능청스러운 모습이 그의 초창기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더라.



그런 모습을 꼭 한 번 써보고 싶었다. 영화 '태양은 없다', '오! 브라더스' 속 밝은 느낌 말이다. 박목사는 시나리오를 쓸 때 게리 올드만을 떠올리며 썼다. 이정재 선배님도 게리 올드만처럼 나이드실 것 같다. 배우로서 수명이 엄청 길 것 같다.



-나한 역의 박정민과 호흡은 어땠나.



박정민은 감독들이 다들 노리는 배우지. 일단 뭘 연기하든 다 진짜 같이 연기하잖나. 시나리오를 진짜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그저 걸어가는 장면, 그저 바라보는 장면도 박정민이 하면 모두 진짜 같다. 겁나(?) 매력있는 배우다.



-나한은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는 순간이 없었을까



나한은 군인과 비슷하다.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는 군인은 악한 존재일까. 오히려 전쟁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보통 군인들이 전쟁에서 죽을 때 딱 세 가지를 생각한다고 하더라. 엄마, 배고파, 추워. 군인에게 살생은 애국이라고 강요하잖아. 나한에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군인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의 임팩트가 강했다.



김제석의 공간은 하얗게, 그것의 공간은 어둡게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것의 출생신고를 하지 말아야 할 명분도 필요했다.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죽게 되잖아.



-그것이 나한에게 건네는 라이터는 의외의 소재였다. 그것의 신비로운 느낌과는 이질적이랄까.



어떤 것을 택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런 저런 다른 걸로 바꿔봤는데 라이터가 그나마 나았다. 오히려 현실적인 소재로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꾸미고 싶기도 했고.



-유지태와 문숙의 투 샷은 참으로 기묘하더라.



맞다. 그 신이 참 이상하거든. 이상한 뉘앙스를 풍겨주고 싶었다. 김제석의 나이, 세월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나리오 초고에는 두 사람이 부부 사이라는 것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설정이 있었는데, 상상을 제한하는 것 같아서 뺐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모두 종교 소재다. 심지어 첫 시나리오인 '전설의 셰르파'도 종교 소재의 로맨틱 코미디였다고.



맞다. 네팔에서 일어나는 산악 이야기인데, 여행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 대한 시나리오였다.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장려상인가, 자그마한 상을 받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도 '세븐', '밀레니엄'처럼 종교 소재가 들어간 작품들이다.



-'검은 사제들'은 영화사 집과, '사바하'는 외유내강과 했다. 영화적 색깔과 결이 다른 제작사인데. 작업하면서 느낀 차이점이 있나.



영화사 집이 모던한 느낌이라면, 외유내강은 조금 더 필름메이커의 느낌이 강하다. 사무실 위치도 다르다. 영화사 집은 논현동, 외유내강은 암사동에 있다.



-영화, 종교 외에 관심사가 있나



농구, 농구 좋아한다. 한예종 농구팀에서 가드를 맡고 있다. 꽤 잘한다.(웃음) 아, '사바하'에 김승현 선수가 출연한다. 카센터 정비공으로 출연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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