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복동' 정지훈 "논란 몰랐다, 죽을힘 다해 연기했을뿐"[인터뷰]

'엄복동' 정지훈 "논란 몰랐다, 죽을힘 다해 연기했을뿐"[인터뷰]

2019.03.07. 오전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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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자전거에 모든 것을 걸었던 엄복동을 떠올리며,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텼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얘기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승리를 거두며 암울했던 조선에 희망이 됐던 실존 인물 엄복동을 그린 영화다. 정지훈은 물장수에서 자전차 영웅이 된 엄복동을 연기했다.



"이범수 선배님이 사무실까지 찾아오셔서 시나리오를 줬어요. 처음엔 제목만 보고 가족 영화인 줄 알았어요. '자전차왕'이길래 아동 영화인 줄 알았죠.(웃음)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스포츠 영웅 이야기더라고요.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나? 싶었는데 실화였고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인물이란 생각에 하게 됐어요."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시절 신문물의 상징이었던 자전차로 전국에서 열린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조선 민중의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 "잘 먹고, 잘 자고, 그리고 많이 타라"는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었던 엄복동은 타고난 체격 조건과 무수한 연습으로 단련된 실력으로 일본 최고의 선수들이 등장했을 때도 주눅 들지 않고 3바퀴 이상을 떨어뜨리며 불세출의 민족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를 표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정지훈은 실존 인물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는 피나는 훈련을 감행했다. 매일 아침 눈 뜨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었어요. 이렇게 앉아서 말하고 있는 게 너무 좋을 정도예요.(웃음) 여름에 얼마나 더웠나요. 자전거를 하루에 8시간씩 직사광선을 쬐며 탄다고 생각해보세요. 한국체육대학 국가대표 코치팀에게 직접 코치 받았어요. 아예 선수촌에 입단해서 훈련했죠. 선수처럼 열심히 했어요."



'어깨 폭이 넓고 가슴이 유달리 커서 심폐기능이 뛰어났고 하체가 잘 발달돼 있었다'라고 묘사된 엄복동 선수의 다부진 체격을 만들기 위해 정지훈은 자전거 훈련을 받는 중에도 상하체 운동까지 거르지 않았다. 엄복동만의 전매특허인 '엉덩이 들어올리기' 기술을 익히기 위해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팔다리에 상처를 달고 살았다. 낮에는 39도가 넘는 폭염과 싸우고, 밤에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어가며 자전차를 탔던 정지훈이 달린 거리는 무려 지구 반 바퀴에 달하는 2만 km를 훌쩍 넘었다.



"촬영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면 샤워하고 맥주 한 캔 마시고 자요. 아침에 눈 뜨면 일단 아무 생각도 안 합니다. 생각하면 너무 힘드니까. 촬영 분장하는 동안 제가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음악을 들었어요. 나중에는 자전거만 보면 졸리고, 너무 힘들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무대가 너무 그립고. 지옥 같았어요. 해는 또 왜 이렇게 긴 건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유독 부침이 많은 영화였다. 앞서 김유성 감독은 연출에서 자진 하차, 이후 '슈퍼스타 감사용' 김종현 감독이 자문 연출자로 투입됐던 바 있다. 하지만 김유성 감독은 영화 후반부 다시 투입, 작품을 마무리했다. 개봉을 앞두고는 실제 주인공인 엄복동은 선수 생활에서 은퇴한 뒤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중 자전거 수십 대를 훔쳐 장물로 팔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촬영 중간에 비가 와서 보른 정도 붕 떴어요. 그 와중에 감독님이 하차하신 거예요. 솔직히 저는 촬영 끝날 때까지 영화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얘기가 있는 걸 몰랐어요. 모든 현장에는 싸움과 불만이 있죠. 드라마 현장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인데, 저희 영화는 드러났던 거죠. 만약 촬영 당시에 여러 논란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전 열심히 했을 거예요. 선수끼리 치열하게 찍는 영화잖아요. 배가 흔들린다고 나혼자 구명조끼 입고 뛰어내릴 순 없을 노릇이니까요. 저는 그저 제 위치에서 묵묵히 꾸준히 열심히 하고 싶어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레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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