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록’ 츠마부키 사토시, 9년만 이유 있는 내한[日기자의 눈]

‘우행록’ 츠마부키 사토시, 9년만 이유 있는 내한[日기자의 눈]

2019.01.19. 오후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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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괜찮은 영화가 왜 일본에서 흥행이 잘 안 됐을까.’



지난 1월 17일 개봉한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을 보고 의아했다. 주연은 츠마부키 사토시와 미츠시마 히카리로 인기도 실력도 톱 배우라 불릴 만한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베니스국제영화제, 밴쿠버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궁금해서 개봉 당시에 상황을 알아보니 출연 배우 고이데 케이스케가 여고생과의 부적절한 교제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우행록’도 상영 중지가 되었다고 한다.




영화 홍보로 9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츠마부키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많은 관객이 영화를 못 본 건 아쉬웠지만, 그만큼 한국에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우행록’은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 나오키상 후보작 누쿠이 도쿠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츠마부키는 각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시카와 감독에 반했기 때문이다.



이시카와 감독은 ‘우행록’이 장편 데뷔작이지만 단편을 본 츠마부키는 “일본사람답지 않은 감각과 시각을 갖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최근 일본영화에서 찾기 힘든 차가운 분위기를 느꼈다”고 한다. ‘우행록’에서도 살해 장면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얼굴이 잘 안 보이는 각도로 보여주는 등 억제된 연출이 눈에 띄었다.



츠마부키가 연기한 다나카는 잡지 기자다. 도쿄 주택가에서 일어난 1년 전 살인 사건을 다시 취재하기 시작하며,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닌다. 츠마부키는 연기를 위해 실제 신문사에 찾아가서 기자들에게 ‘취재’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살인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은 서로 엇갈리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마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연상하게 한다.




다나카의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다. 여동생 미츠코(미츠시마 히카리)가 아동 학대 혐의로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다나카가 인터뷰한 관계자들의 말과 정신감정을 받는 미츠코가 의사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이 교차하며, 살인과 아동 학대 두 개의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극 중 다나카는 재일 코리안 이상일 감독 영화 ‘악인’과 ‘분노’에서 츠마부키가 연기한 어두운 과거를 가진 캐릭터와 공통된 이미지다. 하지만 실제 츠마부키는 웃음이 넘치는 밝은 성격이다. 이에 어두운 캐릭터에 끌리냐 묻자 “사람은 누구나 어두운 면을 갖고 있고, 그런 역할을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어두운 역할을 하다 보니 어두운 역할만 오게 됐다”고 답했다. 한편으로는 츠마부키를 세상에 알린 ‘워터보이즈’ 같은 한없이 밝은 역할도 다시 보고 싶긴 하다.



영화 속 두 개의 사건 배경에는 일본의 계급사회가 있다. 살해당한 부부 타코우(고이데 케이스케)와 유키에(마츠모토 와카나), 그리고 미츠코가 다니던 대학교는 학생 사이에 계급이 있고, 유키에는 미츠코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유키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이 미츠코를 절망에 빠뜨린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치 한국의 금수저와 흙수저의 현실과 비슷하다.




츠마부키와 미츠시마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고이데의 문제 때문에 일본에서 상영이 어렵게 된 것은 정말 안타깝다. 고이데가 여고생에게 음주를 권하고 음행을 저질렀다는 보도에 현지에서는 “그야말로 우행록(어리석은 자의 기록)”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츠마부키는 ‘보트’에서 하정우와 같이 출연한 경험이 있다. 하정우를 친형처럼 생각할 정도로 친하다고 친분을 드러낸 그는 앞으로 같이 작품을 하고 싶은 배우로 가장 먼저 하정우를 꼽았다. 그 외에도 “다른 일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송강호 배우님과 같이 연기를 해 보고 싶다”며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끝으로 “한국영화는 심리묘사가 섬세한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우행록’의 섬세한 부분도 한국 관객들이라면 잘 이해해주실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나리카와 아야객원기자(동국대 대학원생, 전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 aya@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영화 '우행록:어리석은 자의 기록'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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