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송강호 웃긴놈, 무서운놈, 괴물같은놈[리뷰]

'마약왕' 송강호 웃긴놈, 무서운놈, 괴물같은놈[리뷰]

2018.12.15. 오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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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로 시작해 송강호로 끝난다.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은 송강호의 수십 가지 얼굴을 한 작품에 담아낸 작품. 소시민의 얼굴로 시작해 괴물로 마침표를 찍는다.



'마약왕'은 박정희가 유신을 단행한 1972년부터 박정희 죽음 이후 1980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부산 밀수업자 이두삼이 아시아 마약 업계를 장악한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시대의 변곡점과 함께 직조했다. 희대의 마약업자 이황순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는 데모하는 학생들 걱정하던 소시민 이두삼이 어떻게 괴물 마약왕으로 변모하는지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풀어냈다. "이 나라는 내가 다 먹여 살렸다 아이가", "수출역군"이라는 대사가 보여주 듯 한탕주의와 비뚤어진 애국주의가 난무하던 1970년대의 모순은 마약왕 이두삼을 탄생시켰다.



시대의 아이러니는 송강호의 얼굴을 타고 전해진다. 초반 1시간은 능청스럽고 호쾌한 얼굴로 관객을 웃기고, 권력과 마약의 맛에 중독된 중후반부는 섬뜩한 광기의 얼굴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영화 '조용한 가족',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복수는 나의 것' 속 송강호의 얼굴들이 '마약왕' 한 작품에 모두 담겼다.




후반 30분은 그의 전작들을 모두 뛰어넘는 파격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그로테스크한 송강호의 얼굴이 낯설고 섬뜩하다. '변호인', '택시운전사'로 한국 근현대사의 얼굴이 됐던 그는 근현대사가 낳은 괴물이 됐다.



열혈 검사 김인구(조정석), 이두삼 사촌동생 이두환(김대명), 이두삼 아내 성숙경(김소진), 동업자 최진필(이희준), 비리형사 서상훈(이성민), 일본 마약업자 김순평(윤제문), 성강파 보스 조성강(조우진)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쏟아져 제 역할을 해내는 초반 1시간은 내내 활기 넘치고 유쾌하다.



특히 조정석, 윤제문의 은근한 유머는 타율이 높다. 김소진이 강단 있게 연기한 성숙경은 기존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여성 캐릭터로 통쾌함을 안긴다. 성숙경은 위기의 순간 직접 나서는 기지 넘치는 인물로 남편 이두삼의 몰락에도 좌절하거나 눈물 쏟지 않는다.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가 등장하며 영화는 마약왕 이두삼을 중심으로 웅장하고 밀도 있게 흘러간다. 이 지점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배두나는 종종 김정아가 아닌 배두나가 보이고, 최진필 캐릭터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사라진다.



전작 '간첩', '파괴된 사나이', '내부자들'에서 투박한 연출 세계를 보여준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에서 한층 매끈해진 연출력을 드러냈다. 여기엔 시대 공기를 공들여 담아낸 프로덕션도 한몫했다. 슈베르트부터 김정미, 신중현, 정훈희, 영국밴드 직소 등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음악의 활용도 흥미롭다.



'마약왕'은 12월 19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139분.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마약왕'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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