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많은 소녀' 전여빈 괴물의 탄생, 괴물의 발견[인터뷰]

'죄 많은 소녀' 전여빈 괴물의 탄생, 괴물의 발견[인터뷰]

2018.10.13. 오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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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여빈은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달군 '죄 많은 소녀'(김의석 감독) 속 그의 연기는 전율 그 자체. 데뷔는 늦었지만 성실히 다져온 20대의 삶이 말투와 연기 곳곳에 묻어났다. '죄 많은 소녀'의 괴물 같은 연기는 하루아침에 탄생한 게 아니었다.



'죄 많은 소녀'는 친구의 죽음에 가해자로 몰린 소녀 영희(전여빈)가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 다시 학교로 돌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 순간 죄 많은 소녀가 된 영희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누구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자 모두를 놀라게 할 충격적 선택을 택한다. 이 장면은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순간이다.



"영희가 느끼는 암담함을 몸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했어요. '곡성'과 '부산행' 좀비 안무를 맡으신 선생님께 동작 수업을 받았죠. 마치 무용의 시퀀스처럼 기승전결이 있었어요. 그 장면의 동작만 2개월 정도 연습했어요. 한번 연습할 때마다 온몸의 진이 다 빠졌죠. 토해내 듯 소리를 지르고 온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니 핏대까지 모두 섰죠. 동선이 몸에 익혀진 상황이었는데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쉽지 않더라고요. 몸 곳곳에 멍이 엄청 들었어요."



전여빈은 일순간 극단적 선택을 한 영희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영희는 장례식장에서 주검이 된 친구의 시체를 본 뒤 벗어날 수 없는 죄책감에 이성을 잃었을 것이라 했다. 애써 부정하고 있던 친구의 죽음은 영희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영희가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시체를 보잖아요. 그때 확 돌아버렸을 것 같아요. 애써 친구의 죽음을 부정하고 있었을 것 같거든요. 시체를 본 순간 극단의 상황에 갔을 것이에요. 주변인의 경멸의 눈빛에선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을 거고요."



'죄 많은 소녀'는 인물들의 고통과 죄의식이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으로도 느껴지는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안긴다. 여기엔 전여빈의 혼신의 연기와, 죄의식이라는 무형의 존재를 분위기로써 관객을 압도한 김의석 감독의 연출력이 힘을 발휘했다.



"촬영 기간 내내 악몽을 꾸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사람 전여빈으로서 영희와 거리감을 두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죠. 촬영 전부터 감독님께서 '많이 외롭고 고통스러운 작업이겠지만 너가 그걸 이겨내 주길 우리 모두가 응원할 거다. 절대 외로워하지 마라'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 말이 힘이 됐죠.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해야 하는 현장이었어요. 늘 절망감을 품어야 했거든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뜨겁게 모여있다는 건 부러 말로써 서로를 위로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대 진학을 꿈꿨던 전여빈. 잔인한 입시 실패를 겪은 뒤 배우의 길로 시선을 돌렸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영향이었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살 것. 의대 진학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치던 나날은 자기 증오로 이어졌다. 실패한 꿈을 딛고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면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이라야 했다. 그렇게 찾은 배우의 길. 성실히 쌓은 내공은 또래 배우들보다 늦은 데뷔였지만,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하는 배우 전여빈을 있게 했다.



"나의 날을 살지 못하고 스스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기만 했어요. 입시를 실패한 뒤 멘탈 복구가 안 되던 와중에 문화에 대한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오로지 입시 공부만 몰두하다 또 다른 길이 열린 거죠. 그때 배우의 꿈을 품고 연극영화과를 준비하게 됐어요. 물론, 연기학과를 간다고 바로 배우가 될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은 있었죠. 20대 제 시간을 잘 쌓아서 좋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죠. 휴학과 학업,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며 차근차근 제 것을 쌓다가, 스물다섯 즈음 대학로로 뛰어들었죠. 크고 작은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다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즈음 '죄 많은 소녀'를 만나게 됐어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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