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맨' 달에서 주방까지..한도초과의 경이로움[리뷰]

'퍼스트맨' 달에서 주방까지..한도초과의 경이로움[리뷰]

2018.10.13. 오전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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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낀 나사와 미친 듯 돌아가는 계기판. 안전벨트엔 정체 모를 이물질이 껴있고, 급기야 파리 한 마리까지 우주선에 동승했다. 거리에선 우주 탐사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피켓 시위가 뜨겁다. 영화 '퍼스트맨' 이야기다.



'퍼스트맨'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인 아폴로 11호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기를 그린다. 우주비행사와 달 탐험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으나, '퍼스트맨'은 기존 우주영화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대신,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 개인에 주목한다. 직업인으로서의 고뇌, 동료를 잃은 우주비행사로서의 공포, 딸의 죽음을 관통한 아버지로서의 슬픔을 모두 같은 무게감으로 다룬다.



미국 영웅의 우주 탐사기가 아닌, 한 인간의 내면에 천착한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을 생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감독의 영리한 선택, 대담한 소신이다.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향력 아래서도 제 색깔을 잃지 않았다.




"달과 주방의 싱크대를 잇는 이야기"라는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는 우주비행사 가족을 둔 이들의 두려움도 함께 보듬는다. 광활한 우주가 주는 압도감과 지구에서의 일상이 주는 낙차는 달 표면에 도달했을 때의 경이로움을 200% 배가한다.



'위플래시' 광기의 드럼 연주, '라라랜드' 절로 흥을 돋우던 뮤지컬 시퀀스들처럼 감독은 이번 '퍼스트맨'에서도 온몸으로 감각하는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안긴다. 마하 속도로 상공을 가로지르는 오프닝 시퀀스의 공포감과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도달하는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될 명장면이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달 착륙 시퀀스는 어떤 경외감과 공허함을 불러일으킨다. 무성(無聲)의 달, 헬멧에 반사된 지구의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모습, '라라랜드'에 이어 감독의 주특기가 된 듯한 플래시백이 주는 감정의 소용돌이. 무사귀환 후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이마를 맞대는 순간까지.



매번 신뢰의 연기를 보여온 라이언 고슬링은 '퍼스트맨'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고뇌, 고통, 두려움, 막연함, 분노, 황망함, 환희, 비통의 감정을 섬세하게 쌓아 올린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으로 주목받은 클레어 포이의 연기력도 흠잡을 곳 없다.




'퍼스트맨' 속 닐 암스트롱은 달 착륙이라는 꿈을 위해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사랑하는 이들의 온기를 잃지 않는다. 이성적이면서도 온건했던 실제 닐 암스트롱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꿈은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 꿈을 위해 연애도 포기했던 '위플래쉬', 꿈을 위해 사랑을 놓쳤던 '라라랜드'의 주인공을 거쳐,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꿈과 사랑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도 흥미롭다.



'위플래쉬', '라라랜드'에 이어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또 다시 협업한 저스틴 허위츠의 '우주 왈츠' 넘버들도 훌륭하다. 65mm IMAX 카메라로 촬영됐다. 현존 영화 기술 가운데 가장 큰 화면이다. 극장에서 관람하길 추천한다.



10월 18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141분.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퍼스트맨'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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