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INT] '아프니까 청춘' 정태욱, 울기에는 아직 젊다

[K-POINT] '아프니까 청춘' 정태욱, 울기에는 아직 젊다

2019.05.12.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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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서울월드컵경기장] 이명수 기자=

"이번시즌 목표요? 다치지 않고 기복 없이 제 자리를 찾고 싶어요. 팀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정태욱의 목표는 '안 다치기'였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대구FC 유니폼을 입은 정태욱은 주전으로 도약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듯 했다. 한창 기세를 올릴 시기 코뼈 골절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경기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펑펑 울던 정태욱은 아직 21세에 불과하다.

대구FC는 11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1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대구는 4위로 내려앉았다.

결과보다 아쉬운 일이 발생했다. 김우석, 홍정운과 함께 든든하게 대구 수비를 책임지던 정태욱이 코뼈 골절 부상을 당한 것이다. 정태욱은 후반 막판 오스마르와 공중볼 경합을 펼치다 팔꿈치로 코를 강타 당했고, 코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경기 후 정태욱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주장 홍정운과 조현우가 다가와 등을 토닥였지만 정태욱은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상암을 찾은 대구팬들도 정태욱을 연호하며 위로했다. 결국 정태욱은 팀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정태욱의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정태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대구로 이적해왔다. 정태욱은 출전 기회가 간절했다. 지난 시즌 신인으로 제주에 입단한 정태욱은 리그 5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마저도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하지만 대구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에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대구가 리그, FA컵, ACL을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자 점차 출전 수를 늘려갔다. 이후 주전으로 도약했고, 어느덧 리그에서 4경기 연속 선발 출전 했다.

그리고 지난 8일 멜버른과의 ACL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기세를 올렸다. 경기 후 정태욱은 "어버이날인데 부모님 앞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트렸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194cm 큰 키에 빠른 발을 갖춘 정태욱이 뛰는 모습을 보고 축구팬들은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를 비유하며 '정 다이크'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시즌 전 인터뷰를 가졌던 정태욱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고 싶다. 달라진 정태욱을 보여주기 위해 올해를 '터닝포인트로 삼겠다. 선발이던 교체이던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정태욱이 '부상'을 강조했던 이유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3월 27일, U-20 대표팀 친선경기였던 잠비아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한 뒤 의식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고,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탔다. 당시 기억에 대해 정태욱은 "아직도 가끔 어디 가면 '목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며 미소 지었다.

때문에 이날 코뼈 부상임을 직감한 정태욱은 그라운드에 앉아 펑펑 운 것이다. 이제는 안 다치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고 싶었기에 특히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한창 폼이 좋을 때 찾아온 부상이라 야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태욱은 21세에 불과하다. 정태욱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축구가 기대하는 중앙 수비수 자원으로 떠올랐다. 아쉽겠지만 부상에 대한 속상함은 빨리 털어내야 한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기에 정태욱은 아직 젊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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