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메모] '이임생은 강하다'는 선입견, 그리고 진짜 이미지

[전훈메모] '이임생은 강하다'는 선입견, 그리고 진짜 이미지

2019.01.19. 오전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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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남해] 신명기 기자= '붕대투혼'과 '강한 선배'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이임생 감독의 이미지는 대체로 일치하지 않았을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강해 보인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수원 삼성 제5대 감독으로 시즌을 출발한 지금은 어떨까. 첫 공식석상이었던 부임 기자회견부터 전지훈련까지. 함께 일하는 구단 관계자, 선수들의 말을 통해 이임생 감독의 진짜 이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임생이 감독으로서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 3일 있었던 취임 기자회견자리였다. 이임생 감독이 K리그에서는 처음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출혈과 함께 붕대를 칭칭 감고 뛰는 모습으로 강하다는 인상이 있었다. 또한 K리그에서도 경기 중 후배를 질책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런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수원 감독은 엄격하고 상하 관계가 확실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적어도 수원에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이임생 감독의 진짜 이미지를 봤을 때 그 선입견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여기에 "이임생 감독님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실제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굉장히 부드러운 분인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해 극도로 조심하시는 모습이 나온다"라는 수원 관계자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차범근 감독 시절 수원의 수석코치였던 이임생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거리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오히려 차범근 감독의 지도 방식이 더 강한 쪽에 속했다.

실제로 전지훈련장에서 확인한 이임생 감독의 지도방식은 수원 수석코치 시절과 맞닿아있었다. 선수들의 제보와 팀 관계자가 이야기해준 부분들을 정리해봤다.

# scene1 : '배 사건'과 부드러운 지도자(?) 이임생

선수들은 이임생 감독에 대한 인상을 묻자 공통적으로 '부드러움'과 '소통력'을 특징으로 꼽았다. 주장 염기훈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과,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신다"고 했다.

기대주 김준형도 말을 보탰다. "감독님의 이미지 때문인지 주변에서도 쉽지 않은 분위기를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표팀 소집 때부터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주시고 어떤 축구를 하고 싶으신지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소통을 하는 것을 중요시 하신다고 느꼈다. 선수들이 편하게 면담 신청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장난도 치시면서 선수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들어주시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이면서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팀 내 분위기는 괜찮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임생 감독이 직접 밝힌 일화도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감독 자신부터 주위에서 보는 이미지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과 벽을 허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자칫 선수들이 자신을 어려워할 경우 진정한 소통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임생 감독은 이미 "전술적인 구상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잘 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핵심이다"라고 밝힌만큼 선수들과 편한 관계가 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생각한 매개체가 '배'였다. 이임생 감독은 스태프들에게 배를 사오게 한 뒤 선수들을 한 명 한 명을 자신의 방으로 오게 했다. 아무래도 전형적인 지도자상을 예상했던 터라 젊은 선수들은 그러한 소환 명령에 두려워했다는 후문.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이임생 감독은 직접 배를 깎아주면서 막혀있던 대화의 길을 텄다. 선수들도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웃으면서 다가가는 이임생 감독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됐다고 했다. 이임생 감독은 한 선수가 먹다 남은 배를 한 쪽으로 치워놓고 새로운 배를 가져다가 그 선수를 위해 깎아주며 대화를 시도했다.

"선수들이 제 아들 또래잖아요. 그래서 그런가"라는 이임생 감독의 고민과 진심은 통했다. 특히나 얼어있던 젊은 선수들부터 이임생 감독과 웃으며 대화하고 간혹 장난도 칠 정도였다.

# scene2 : 감독님 방은 등대, 이임생은 워커홀릭?

사실 부임 결정이 나고도 이임생 감독과 관련된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취임 기자회견이 벌어질 때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의문의 한 달'에 대한 질문이 여러 군데서 나왔다. 이임생 감독의 입에서 그 의문점이 풀렸다. 당시 이임생 감독은 "지난 시즌 수원의 경기와 다른 K리그 팀들의 경기를 봤다"고 대답한 바 있다.

이임생 감독은 이 한 달의 기간을 통해 현재의 수원을 파악했다. 그러면서 어떤 전술로 임해야 할지에 대한 큰 부분부터 선수 개개인의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정리했다. 그리고 훈련에 돌입하기 전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어떤 축구를 할지에 대한 부분을 영상과 메시지를 통해 전달했다. 수원 관계자는 "부임이 결정되고 수원의 전 시즌 모든 경기를 분석하고 선수들에게도 일일이 영상을 편집해서 주셨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 달의 기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숫자의 경기를 보는 시간을 감안하면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시간적으로 빠듯했다고 볼 수 있다.

수원 관계자는 "감독님이 집에도 들어가시지 않고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주무시면서 일을 하신다. 클럽하우스에 감독님 방만 계속 켜져 있어서 주변에서는 그 방을 등대라고 할 정도다"라면서 "이제는 걱정이 된다. 조금만 쉬시면서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취재진도 이임생 감독을 향해 "감독님, 혹시 워커홀릭 아니신가요"하고 물었을 정도였다.

양적으로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굉장히 세심한 스타일의 이임생 감독은 선수 한 명 한 명의 컨디션을 체크하기도 하고 전술적인 부분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하고 투박할 것 같았던 선입견을 허무는 또 하나의 부분이었다.

사진= 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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