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학] 충무로의 신데렐라, '콜' 연쇄살인마가 되다...전종서

[배우학] 충무로의 신데렐라, '콜' 연쇄살인마가 되다...전종서

2020.12.17. 오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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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학] 충무로의 신데렐라, '콜' 연쇄살인마가 되다...전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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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신데렐라.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전종서에게 붙은 수식어다. 좀처럼 속을 알 수 없고 발칙함과 발랄함을 넘나드는 혜미는 파격 그 자체였다. 이창동 감독은 "용모나 감성, 내면에 있어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다. '이 사람밖에 없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며 연기 경력 하나 없었던 신인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감독의 선구안은 틀리지 않았다. '버닝'에 이어 그는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에서 광기 어린 연쇄살인마 영숙 역을 소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또다시 증명했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천연덕스럽고도 묘한 표정을 지으며 사이코패스 이상의 빌런을 탄생시켰다. 신데렐라가 악당으로 거듭난 기묘하고도 짜릿한 순간이다. 그의 열연이 빛난 '콜'은 공개 후 한 달 가까이 넷플릭스 톱10 순위 안에 들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인터뷰로 만난 전종서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라 갸우뚱하면 안 한다. '콜'의 경우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내 식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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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적 연기의 바탕
'콜'을 본 관객이라면 전종서의 동물과 같은 강렬하고도 날 것의 연기에 매료됐을 테다. 전종서와 처음 호흡을 맞춘 이충현 감독 역시 전종서의 천재성을 언급하며 "동물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어떻게'보다 '왜'에 집중했다. "어떻게 분노하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왜 분노하고 슬퍼하며 집착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연기할 때 나오는 동물적 에너지의 근원에 대해 그는 "감정에 충실하며 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좋고 싫은 게 확실해요. 일상적인 제 모습에서도 오해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풀고 싶어요. 제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편이에요. 뭔가를 감추거나 그러지 않죠. 그런 성격이 제가 가진 동물적인 감정인가 생각할 때도 있어요."

동물적 연기의 바탕에는 냉철한 분석이 있었다. 어영부영해선 만들어질 수 없는 캐릭터라고 느꼈고 눈빛 하나까지 신경 썼다는 그다. 영화 내내 흐르는 강한 감정에 휘발되지 않고 단단히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눈빛부터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무게 잡고 진중하게만 가면 정말 끔찍할 것 같았습니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면서도 끔찍한 악동 이미지를 지향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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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와 40대 영숙을 모두 연기한 이유
이 작품에서 전종서는 20대와 40대 영숙을 모두 맡아 연기했다. 흔한 일은 아니다. 배우 역시 처음 출연을 결정했을 때는 젊은 영숙만 연기하는 줄 알았지만, 감독의 설득으로 둘 다 하게 됐다. "신박할 거로 생각했어요."(웃음) 걱정도 있었지만 설렘이 더 컸다고도 덧붙였다.

"40대라는 나이가 애매하긴 했어요. 나이가 확 든 것도 아니고 어린 나이도 아니죠. 그래서 굳이 40대가 어떤지 표현하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이런 상태로 20년이 지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초점을 맞췄어요. 드라마틱한 차별점을 보여주기보다 단순하고 시크하게 가져가려 했죠. 속도와 에너지를 덜고, 여유와 고독, 서늘함을 더해서요."

결말이 주는 강한 충격은 그가 20대와 40대를 모두 연기했기에 가능했다. "영화를 다시 본다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집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살아있는 것처럼 연기했거든요." 배우 자신도 가장 소름 돋는 부분으로 엔딩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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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에 도전장...'총을 든 소녀' 이미지 어때요?"
'버닝'이 데뷔작인 이 배우를 향해 혹자는 혜성처럼 나타난 '신데렐라'라고 표현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전종서는 꾸준히 충무로에 문을 두드렸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고 예고에 진학했다.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학교는 예상과 달랐다. 마치 하나의 답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수학 문제 마냥, 연기와 예술을 규정지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대학 연극영화학과 진학이 당연시됐고, 획일화된 분위기에 그는 조금씩 염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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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학교를 나왔다. '선택받는데' 익숙한 업계에서 직접 회사를 찾았다. "누군가는 '네가 가진 이미지는 이러하니 역할의 스펙트럼은 이정도야'라고도 했죠."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 사이 그의 소신 역시 더욱 단단해졌다. 누군가는 늦은 출발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현재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비상하고 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이 '버닝'으로 갑작스레 실현되면서 조금 정신이 없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고 재미있어하는데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어떤 타이밍에 어디에 명중할 수 있는지, 에너지를 현명하게 소모할 수 있는 지혜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두 편의 촬영을 마쳤다. 하나는 정가영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 '우리, 자영'이며 다른 하나는 할리우드 진출작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이다. 이제 시작일 뿐 그에겐 아직 하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가 너무나 많다. "기존 여성 배우가 맡기에는 버겁다는 편견에 시도되지 못했던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총을 든 소녀 같은 이미지 어떤가요?" 다음 작품에서 전종서는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까. 분명한 건 '콜'로 그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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