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학] 30대의 박신혜, 선함을 벗어던지다

[배우학] 30대의 박신혜, 선함을 벗어던지다

2020.11.28.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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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학] 30대의 박신혜, 선함을 벗어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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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표현의 방식이 달랐을 뿐 제 안에 다양한 모습이 있거든요. 숨겨왔던 분노와 광기를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한 것 같아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로코퀸'.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 '캔디형' 여주인공. 20대 때 배우 박신혜가 그린 인물이었다.

박신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30대에 접어든 그는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 영화 '#살아있다'에서 치밀하고 침착한 생존자로 변신하더니, 오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앞둔 영화 '콜'(감독 이충현)에서 박신혜는 과거를 바꾼 선택으로 현재 대가를 치르게 되는 서연 역을 맡아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거침없이 욕하고 절망하며 울부짖는 박신혜는 기분 좋게 낯설다.

지난 24일 '콜' 인터뷰로 만난 박신혜는 홀가분해 보였다.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일까. "극장 개봉을 못해 아쉽긴 하지만 몰입도가 걱정되지 않은 영화라 걱정은 크게 없다. 스트리밍을 통해 언어와 문화 장벽을 넘길 기대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우려보단 자신감이 엿보였다.

[배우학] 30대의 박신혜, 선함을 벗어던지다

◇ 배우 박신혜가 '콜' 서연이 되기까지
박신혜가 서연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집중한 건 디테일이었다. "서연이 영숙을 만나고 소위 '지옥으로 떨어지는' 그 순차적인 과정을 세세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 중 박신혜는 긴 머리부터 짧은 머리, 무채색부터 화려한 색감의 옷을 쉼 없이 오간다.

비단 외적 변화뿐 아니다. 표정부터 눈빛, 심지어 영숙에게서 온 전화를 받는 손과 위치까지 감독과 고민했단다. 감정이 없고 무미건조한 서연이 후반부에 들어 폭발적인 감정변화를 겪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다가오는 이유다.

사실 시나리오만 봤을 때 박신혜에게 서연이라는 배역은 다소 수동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박신혜는 서연이 영숙에게 마냥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더욱 생동감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과거를 바꿀 수 없는 서연이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고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영숙에게 반격하는 장면은 그렇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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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도 말린 전종서와의 육탄전
상대를 보지 않은 채 오로지 전화기를 들고 목소리에 의지해서 하는 연기는 베테랑인 그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실제 연기를 할 때도 비대면이었거든요. 상대 배우가 어떤 표정을 짓고 감정으로 연기하는지 알 수 없으니 어려웠죠." 동시에 이 경험은 감각적인 요소라는 새로운 부분에 기대어 촬영에 집중하게끔 했고 배우에게 즐거운 도전으로 남았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실제로 영숙 역의 전종서와 대면했을 때 기대 이상의 스파크가 튀었다. 박신혜는 "첫 대면 후 바로 몸싸움 장면을 촬영했고, 얼굴을 마주 보고 몸을 부딪히는 장면은 처음이라 쌓여있었나 보다. 에너지가 너무 넘쳐 보였는지 감독님이 '두 분 다 흥분한 거 같다'며 말리더라"라고 미소 지었다.

무엇보다 혼자 찍다가 상대와 함께 촬영하니 신났다고. 박신혜는 "서로 목을 조르고 유리문으로 넘어져서 와장창 깨지는데도, 어린 친구들이 모여서 장난치는 것처럼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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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왔던 분노와 광기, '콜'로 꺼내다
이 작품은 박신혜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단연 두드러진다. 데뷔 17년 차, 원톱 주인공으로 상업영화를 113분 내내 끌고 가는 작업은 그에게도 처음이었던 만큼 새로운 경험을 했다. 배우는 이를 "그간 쌓여있던 에너지에 물꼬를 튼 것 같다"고 표현했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수록 풍선에 바람 넣듯 계속 감정을 채워왔는데 '콜'을 통해 비로소 터트리지 않았나 싶어요. 처절함, 분노 등의 감정을 스스로 마주했던 현장이었죠."

꿋꿋하고 당찬 캔디, 사랑스러운 '로코퀸' 이미지가 강했던 그였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 박신혜의 서늘하고도 독기어린 얼굴은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선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입은 옷으로 그는 한층 다채로워졌다.

"그전에는 힘들어도 지쳐도 툴툴 털어내고 이겨내면서 성장했잖아요. 이번 영화에선 무너지고 쓰러지고 당하고 절망해요. 반격하고 복수하면서 욕도 하고요. 표현 방식이 달랐던 것뿐이지 제 안에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거든요. 숨겨왔던 분노와 광기를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말처럼 그는 이번 작품으로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차기작은 드라마 '시지프스'. "동글동글하게 생기다 보니 몸 쓰는 작품 장르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시지프스'에선 액션을 비롯해 또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변신을 거듭하는 박신혜의 또 다른 얼굴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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