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배종옥 "겁 없이 달려드는 편...나아가는 게 중요하죠"

[Y터뷰] 배종옥 "겁 없이 달려드는 편...나아가는 게 중요하죠"

2020.06.0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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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배종옥 "겁 없이 달려드는 편...나아가는 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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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걸 반복하면 지루하잖아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걸 느껴요.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만나서 더 재밌었죠."

배우 배종옥이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을 통해 치매에 걸린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된 인물을 연기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그간 여러 캐릭터를 맡아온 배종옥이지만, 초점을 잃은 눈동자, 꺼칠한 피부, 망가진 손톱 등 녹록지 않은 삶을 사는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압도적인 변신에 나섰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작품을 오래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갈증이 생겨요. 그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그 이유만으로 선택한 작품은 아니었어요. 전 스토리가 영화의 전부라고 생각하거든요. 시나리오를 열자마자 끝까지 다 봤어요. 재밌었죠.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Y터뷰] 배종옥 "겁 없이 달려드는 편...나아가는 게 중요하죠"

배종옥은 '결백'에서 정인의 엄마이자 급성 치매를 앓고 있는 살인사건의 용의자 화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배종옥은 기억을 잃은 채 살인 용의자로 몰린 화자 역을 위해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었다. 특수 분장을 통해 시골 촌부로 변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분장한 제 모습이 낯설더라고요. 저라는 배우에 착 달라붙어야 하는데, 그 부담감이 컸죠. 낯섦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어요."

외적인 변신만 있는 건 아니다. 30년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화자 역은 베테랑 배우에게도 쉽지는 않은 도전이었다. 배종옥은 "제가 아무리 연기를 오래 했어도, 머릿속으로 감정을 계산해도, 현장에서 제 뜻대로 감정이 오가지 않았다. 모니터를 보면서 계속 수정하고 수정했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Y터뷰] 배종옥 "겁 없이 달려드는 편...나아가는 게 중요하죠"

화자는 안쓰럽다.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홀로 가족들을 챙겼고,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 과정서 화자의 가슴 속 깊이 묻어있던 비밀이 드러난다. 배종옥은 화자의 혼란스러운 내면 연기로 영화의 무게감을 더한다.

1985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한 배종옥은 드라마,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경찰, 가정주부, 배우, 사채업자, 야당 대표, 비서, 재벌 등 역할 또한 넘나들었다. 배종옥은 자신에 대해 "겁이 없다. 걱정하지 않고 달려드는 편"이라며 "그렇게 달려들고 '아 뜨거워'라고 할 때도 있지만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잘못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저를 보고 몇몇 사람들은 '쿨하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고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Y터뷰] 배종옥 "겁 없이 달려드는 편...나아가는 게 중요하죠"

이날 만난 배종옥은 이전보다 훨씬 마르고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현재 49kg이라고 말한 그는 "'우아한 가'를 할 때 너무 바빴다. 세끼를 먹어도 살이 쭉쭉 빠졌다. 그런데 몸이 너무 가볍고, 옷을 입었을 때 핏도 달라지더라"라고 만족했다.

"요즘 2kg 정도가 더 빠졌는데, 에너지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사진을 찍으면 제가 얼굴이 둥글게 나와서 콤플렉스였는데, 시사회 때 찍힌 사진을 보니까 그렇게 둥글지가 않더라고요.(웃음) 산책도 하고, 음식도 조절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던 신혜선과는 tvN 새 드라마 '철인왕후'로 재회한다. 궁중 권력의 실세 순원왕후 역을 맡은 배종옥은 "대왕대비 역할인데, 기존의 캐릭터는 조금 다르다. 코믹한 부분도 있고, 위엄만 부리는 인물이 아니다. 이걸 재밌게 풀면 제가 갈망하던 코미디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희망을 품고 있다"라고 웃었다.

[Y터뷰] 배종옥 "겁 없이 달려드는 편...나아가는 게 중요하죠"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출연했을 때는 제가 진지함에 빠져 있었어요. 젊었고,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코미디의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거든요. 이젠 조금 더 잘하지 않을까 해요."

영화와 드라마에 이어 배종옥은 26일에는 '꽃의 비밀'로 연극 무대에도 오른다. 또한 최근에는 연기학원, '배종옥 인스티튜트'를 열기도 했다. "정말 지켜야 하는 기본에 관해서는 얘기하는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던 배종옥은 연기학원을 통해 연기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휴식기 없이 '연기'와 일상생활을 같이하고 있다.

"학생들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있어요. 사실 저는 연기할 때 제일 살아있음을 느껴요. 물론 평상시에도 살아있지만요.(웃음) 제가 가치 있고,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하게 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더 멈춰지지 않더라고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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