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침입자', 송지효의 서늘한 얼굴

[Y리뷰] '침입자', 송지효의 서늘한 얼굴

2020.06.01. 오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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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침입자', 송지효의 서늘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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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잃어버린 동생이 집을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어울리는 동생과 다르게 오빠는 그런 동생이 낯설다. 오빠는 동생과 함께 지낼수록 가족들이 비정상으로 느껴진다. 불안함이 커진다. 동생은 진짜 그의 잃어버린 가족일까? 아니면 가장 익숙한 공간을 파고든 침입자일까?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 '서른의 반격' 작가인 손원평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주목을 받는다.

지난 3월 개봉하려고 했던 '침입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두 차례나 개봉 일을 연기하고 베일을 벗었다. 드디어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지만 '침입자'의 어깨는 무겁다. 간간이 작은 한국영화들이 개봉했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뒤 개봉 시기를 미뤘던 상업영화 중 가장 먼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Y리뷰] '침입자', 송지효의 서늘한 얼굴

소설 '아몬드'와 영화 '침입자'의 시작은 동일하다. 손 감독은 아이를 낳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 기대와 다른 아이가 돌아온다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고, 소설과는 다른 스릴러 장르로 영화를 풀어냈다.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건축가 서진(김무열)에게 25년 전 실종된 동생이 찾아온다. 처음 본 자신을 친근하게 오빠라고 부르는 유진(송지효)이 어딘가 불편한 서진과 달리 가족들은 금세 그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유진이 돌아온 후 가족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서진은 동생의 비밀을 쫓는다. 아내를 잃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서진의 강박증은 더욱 커져만 가고, 유진은 가족들 사이로 더욱더 깊숙하게 파고든다.

서진의 자리를 하나, 둘씩 뺏어나가는 유진의 행동이 과감하면서도 불안한 기운을 안긴다. 영화는 그렇게 켜켜이 서스펜스를 쌓아간다. 웃고 있지만, 비밀을 품은 듯한 유진의 표정과 그런 유진을 의심하면서 계속해서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인 면모를 보이는 서진을 교차하며 스릴러의 묘미를 안긴다.

[Y리뷰] '침입자', 송지효의 서늘한 얼굴

과도하게 최면 치료를 받고, 신경증약을 먹으며 유진에게 의문을 품는 서진과 가족들 사이에 들어와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진. 영화는 불편한 둘의 관계를 통해 관객들이 그 누구도 쉽사리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시도를 하지만, 그 시도가 깊지는 않다. 가족을 잠식시킨 유진의 비밀은 반전이나 호불호가 갈릴 만한 결과다.

전작 '정직한 후보'에서 코믹한 얼굴을 보여줬던 김무열은 '침입자'에서는 위태로운 서진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약한 면모를 드러내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나 '런닝맨'으로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던 송지효는 영화를 통해 서늘한 얼굴을 보여준다. 그간 보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가 반갑다.

오는 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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