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윤성현 감독 "지옥 같은 세상, 벗어나는 게 정답일까?"

[Y메이커①] 윤성현 감독 "지옥 같은 세상, 벗어나는 게 정답일까?"

2020.04.2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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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윤성현 감독 "지옥 같은 세상, 벗어나는 게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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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주인공은 [지옥도] 메이커 '사냥의 시간'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입니다.


'파수꾼'(2011) 이후 두 번째 연출작을 선보이기까지 무려 9년의 세월이 걸렸다. 2016년 시나리오를 쓰고 2018년 여름에 촬영을 완료한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2019년 겨울에 개봉을 예정했으나 한 차례 밀렸고, 이후 코로나19 정국으로 기약 없이 개봉 날짜가 연기됐다. 영화관이 아닌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로 선회했으나 그 과정에서 잡음이 거셌다. 연출자로서 윤성현 감독은 "30~40년 뒤에 돌아보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담담하게 소회를 풀었다.

지난 23일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을 통해 공개됐다. 27일 화상 인터뷰로 마주한 윤성현 감독은 "공개된 지 4일 정도 됐다. 좋은 말씀도, 비판하는 말씀도 찾아보고 있다. 워낙 공개되길 바라는 처지에서 그 사실만으로도 벅차고 실감이 안 난다. '공개가 된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관객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라고 털어놨다.

[Y메이커①] 윤성현 감독 "지옥 같은 세상, 벗어나는 게 정답일까?"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파수꾼'이 한 소년의 죽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사냥의 시간'은 내러티브보다 비주얼, 사운드 등 영화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무너진 콘크리트와 그라피티(낙서)로 뒤덮인 삭막해진 도시를 구현했다. 붉은 조명과 뿌연 안개로 쫓김을 당하는 청춘들의 공포와 위태로움을 표현했다.

"'파수꾼'은 대사 위주의 영화에요. 2016년 직전까지 썼던 시나리오도 드라마였던 만큼 다음 작품은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죠."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소설 '파리대왕' 같은 청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던 윤 감독은 "2016년 시나리오를 쓸 때 한국사회를 지옥에 빗댄 말들이 강하게 시작됐다. 생존, 사회적 박탈감 등의 상황에서 지옥 같은 세상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고 했지만 윤 감독은 "조심스럽지만,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라고 고백했다.

[Y메이커①] 윤성현 감독 "지옥 같은 세상, 벗어나는 게 정답일까?"

"당시 젊은이들의 감정을 봤을 때 탈출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한국사회든, 조직사회든, 가장 큰 욕망은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였죠. 영화 내내 벗어나고 싶어 하는 부분들이 보이잖아요. 영화를 통해 젊은이들이 희생돼야 하는 사회를 은유적으로, 우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벗어나는 게 다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사냥의 시간'은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공개된 후 호평을 받았다. 영화제 초청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라던 윤 감독은 "베를린영화제는 예의상 박수도 없고 재미없으면 관객들도 중간에 다 나간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공포에 질려서 갔다"라고 이야기했다.

"혼자였다면 상관없을 텐데 배우들이 함께 있는데 관객들이 나가면 악몽이겠다 싶더라고요. 다행히 관객들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쳐줬어요. 배우들이 울었는데, 묘하더라고요. 영화를 만들 때 이미지, 음악 등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는데,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Y메이커①] 윤성현 감독 "지옥 같은 세상, 벗어나는 게 정답일까?"

'파수꾼' 이후 '사냥의 시간'까지 9년을 돌이키면 어떤 기분이 드느냐는 질문에 "어떤 분들은 '너는 어떻게 정신병 안 걸리고 잘 버틴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많은 걸 겪으면서 9년의 세월을 보냈어요. 다행히 제가 굉장히 낙천적인 성격이에요. 항상 좋은 걸 보는 편이죠. 물이 반이 차 있을 때 '반밖에 없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반이나 찼네'라고 하는 사람이죠.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항상 좋은 걸 보는 편이에요. 아직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30~40년 뒤에 돌아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라 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큰 자양분이 됐고, 의미 있는 날이 다가올 거로 생각해요. 자학하지 않고 우울증에 빠지지도 않았습니다.(웃음)"

공개 이후 엇갈린 반응에 대해서도 밝혔다.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음악에도 개연성 없는 서사가 아쉽다는 평가가 팽팽하다. 윤 감독은 "내러티브에 반전이 있는 영화가 아니니까 그런 기대를 하고 봤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경청해서 듣고 있다"라면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인물의 입장으로 따라가고 응원해줬으면 한다. 핸드폰보다 TV와 같은 큰 화면으로 보는 것도 추천한다"라고 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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