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남산의 부장들' 서현우, 신스틸러 그 이상

[Y터뷰] '남산의 부장들' 서현우, 신스틸러 그 이상

2020.02.20.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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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남산의 부장들' 서현우, 신스틸러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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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님께서 '제2의 조우진'이라고 말씀해주셨더라고요. 제가 노력한 부분을 높게 평가해주고 인정해주셨죠. 한 인터뷰에서 '이 시나리오에서 가지고 가야 할 포지션을 정확히 아는 영리한 배우'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감독님이랑 소통하면서 잡아갈 수 있었거든요. 제가 힘을 빼면서 연기할 수 있게 세팅해준 분이 감독님이었는데, 감사하죠."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의 엔딩을 장식하는 인물은 배우 서현우다. 서현우는 의중을 알 수 없는 눈빛, 야망을 숨긴 채 권력자 앞에 충성하는 보안사령관 전두혁(서현우)을 통해 관객들에게 소름을 안겼다. 대사가 많은 것도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등장할 때마다 시선이 갔다. 특히 엔딩에서 그의 차갑고도 날 선 눈빛은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다. 신스틸러(scene stealer) 그 이상의 서현우다.

전두혁 캐릭터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다. 서현우는 역할을 위해 6개월 동안 머리카락을 밀고 각 잡힌 군인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개 오디션으로 '남산의 부장들'에 합류한 서현우는 이후 우민호 감독을 통해 전두혁 역할을 제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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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감독님께서 저에게 정치군인, 엘리트 장교의 느낌이 있고 이 역할을 잘 소화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씀했다"라면서 "처음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시나리오가 재밌었다"라고 출연 당시를 떠올렸다.

"시나리오가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역동적으로 끌고 나가잖아요. 도플갱어 재연을 위한 캐릭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죠. 그 시대의 긴장감과 밀도를 느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역할을 제안받고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연기하는 과정에서 서현우는 여러 번 난관에 부딪혔다. 캐릭터의 내면이나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 없이 절제된 연기로 궁금증을 유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두혁이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상부에 보고하거나 대답을 하는 것이 주였다. 서현우는 "이런 상황에서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었다"라면서 "과거 뉴스나 드라마를 찾아봤지만, 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나리오에서 이 인물에게 요구하는 존재감에 충실했다"라고 설명했다.

"간단한 대답을 할 때도 그 상황의 분위기에 맞게 답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장면 안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연기했어요. 실존 인물에 대한 제 생각이나 해석을 녹이지는 않았습니다. 시나리오에서, 화면에서 이 인물이 보여주고 해결해야 하는 정확한 행동과 태도를 취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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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우는 전두혁을 단순히 야망과 독기로 가득 찬 인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저 욕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까지인데, 이외에도 뭔가 있을 것 같은 중의적인 표정을 연구했다"라고 설명했다.

"전두혁 캐릭터에 대한 수많은 이미지와 해석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 인물을 연기할 때 제가 어떤 색을 입히면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중립적이되 한 가지로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확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으려고 했고 조금 숨기려고 했습니다. 그런 부분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졌을 것 같아요. 물론 어려웠죠."

역할을 위해 6개월 동안 면도날로 머리카락을 밀기도 했다. 그는 "신기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런 모습일까 싶었다"라면서 "그 인물로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됐다. 분장하고 나면 현장 스태프들이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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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이성민, 이희준 등 베테랑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니 '난 머리 민 거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현장이 스터디 그 자체였다. 공부를 많이 했다"라고 떠올렸다.

"저의 편견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선배님들이 현장에 오면 칼같이 연기하고 퇴근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인간적이고 다양하게 의견을 주고받더라고요. 저도 부담을 떨치고 편안하게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서현우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그 시대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고찰하고 또 지금을 되새겨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흥행이 고전하기도 했지만 "영화에 출연한 사람으로서 아쉽지만 이 작품의 운명이지 않나 싶다. 다른 방식으로도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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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풍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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